제재부가금 5배→30배…범죄 혐의 땐 수사 의뢰
실패한 도전적 연구는 제재 완화…후속 지원 확대

정부가 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중대한 연구부정을 저지른 연구자를 국가 연구개발(R&D)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인다. 국가R&D 참여제한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리고 제재부가금 상한은 정부지원연구개발비의 최대 30배까지 확대한다. 범죄 혐의가 있는 연구부정은 수사기관 고발이나 수사의뢰까지 가능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7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연구부정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행 국가R&D 참여제한 기간 상한은 10년이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최대 20년까지 늘어난다. 악의적이거나 상습적으로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연구자는 장기간 국가R&D에 참여할 수 없게 해 연구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퇴출한다는 취지다.
경제적 제재도 크게 강화된다. 이미 지급한 정부지원연구개발비를 기준으로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는 상한을 현행 5배에서 30배로 높인다. 학생인건비 편취나 연구비 사적 유용 등 중대한 연구부정 행위에 강도 높은 제재를 적용한다.
다만 모든 위반 행위에 최고 수준의 제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 사유의 중대성과 위반 행위의 고의성 및 횟수, 연구개발과제의 수행 단계와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
연구부정이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형사절차와 연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연구부정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행정제재에 그치지 않고 범죄 혐의가 있는 중대한 연구부정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연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신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제재 부담은 낮춘다. 정부는 과제 선정 단계부터 '연구목표의 혁신성'을 핵심적으로 평가한다. 단계·최종 평가에서는 결과물 중심 등급제 폐지에 이어 성과의 우수성과 도전적 연구 과정을 중심으로 정성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해 탁월한 지식을 창출한 과제는 '우수도전 과제'로 인정해 후속 연구로 이어갈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연구결과가 극히 불량한 과제도 법령 위반이나 협약 의무 미이행, 연구부정 등 수행 과정이 중대하게 부적절한 경우에만 제재한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연구현장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과기정통부는 법 시행에 맞춰 2027년 3월까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중대한 부정행위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은 확대하고, 성실한 도전과 우수한 연구는 후속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