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통시장의 기후변화 대응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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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폭염일수가 평년의 2배를 넘어서며 그 변화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기후 변화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소비 행동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8월 중순 서울 신림에 위치한 전통시장을 찾았다. 방문한 전통시장은 현대식 아케이드 지붕과 곳곳에 냉방장치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무더위로 쇼핑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불볕더위로 고객이 줄어 장사가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상온에 진열된 과일과 채소의 상품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상품 재고 손실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전통시장이 갖는 경쟁력은 쇼핑 편의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식품, 다채로운 먹거리로 볼 수 있으나, 이번 여름의 폭염은 이러한 장점들을 무색게 한다. 무더위에 직격인 야외의 전통시장보다 냉방이 완벽한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으로 발걸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보인다.

편의성 높였지만 폭염 대비 부족

10여 년 넘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전통시장 지원사업으로 주요 전통시장에는 아케이드 지붕과 전용 주차장을 갖추며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지역별로 인기 시장이 생기고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SNS를 통해 이색 콘텐츠로서 이목을 끌며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 효과도 발생하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만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무더위에 대응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갖는다. 전통시장 입장에서 유통 산업 발전에 따른 파워리테일러의 등장이라는 1차 위기를 겨우 극복해내는 중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필자는 전통시장이 당면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대해 정부,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통시장 환경 개선은 쇼핑 환경과 소비 스타일 변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 번째, 전통시장을 야외 공간에서 실내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98%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에어컨 사용이 생활화된 지금 30도가 넘는 기온에서 실외 쇼핑을 한다는 것은 선택 불가한 대안으로 판단된다. 아열대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포근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대비책은 크게 필요치 않다. 그보다 폭염과 갑작스런 폭우, 폭설에 대한 대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건축전문가와 공조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통시장의 전체 구조와 냉난방 방식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일례로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온라인 플랫폼 쇼핑몰과 퀵커머스 배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상거래는 점점 이커머스로 바뀌고 있다. 폭염과 폭우, 폭설이 오는 날에는 온라인 구매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전통시장이 갖는 현장감과 실물의 경험이라는 장점이 점차 퇴색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거나,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는 빠른 배송을 넘어 주문 후 1시간 안에 물건을 받는 퀵커머스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신선식품과 먹거리 중심의 전통시장은 2~3일 소요되는 택배 배송보다는 퀵커머스가 소비자의 호응을 더 얻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퀵커머스 물류망이 있는 배달플랫폼과 협업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 통합 배달플랫폼과 배송시스템 개발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실내공간 확보해야 경쟁력 유지해

올해 폭염이 발생한 20일 동안 전통시장의 상인은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날들이 매년 늘면 늘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고객들의 쾌적한 환경과 밀도 높은 경험을 내세운 실내 소비 공간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의 이용객은 증가하며, 거대 자본의 유통기업은 도심과 인근 지역에 거대 쇼핑몰 건설 계획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유통 시장 지형의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할 묘안은 요원하다. 지금부터 고민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 문제가 이용객 불편에서 전통시장 존폐로 옮겨갈 우려도 있다. 거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전문가를 통한 사전 준비와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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