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릿돌교와 송도 아파트 테라스 붕괴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명일동 땅꺼짐 사고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도로 지반 문제로 원인이 규명되면서 중대시민재해에서 제외되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179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 참사였지만 항행안전시설이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이들 사고는 모두 구조적 결함과 관리 부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법 적용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거나 피해가 경미하면 처벌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일부 공중이용시설만을 규정하고 있어 일정 규모 이하의 교량, 도로 지반, 공동주택, 공항시설의 유도로와 활주로 등은 제외되고 있다. 이는 본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와 충돌한다.
실제로 보릿돌교는 정밀안전점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고 명일동 도로의 하수관 누수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제주항공 사고 역시 활주로 주변 안전 기준 미비로 사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었다. 즉, 결함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지만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를 강제로 시정할 법적 장치가 없었다.
따라서 중대시민재해의 적용 범위는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 도로, 교량, 아파트, 공항시설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촉하거나 이용하는 모든 시설을 예방 의무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도시화와 고층화, 교통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시민들이 접촉하는 시설의 범위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대형 쇼핑몰의 천장 구조물,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부속 시설, 활주로 주변 구조물 등은 모두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법적 관리 체계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중대시민재해는 단순히 관리 단계에 국한되지 않고 설계·제조·설치 과정까지 더 구체적으로 포괄해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은 시공 이후의 관리만으로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설계 단계에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제조와 설치 과정에서 품질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공항시설의 경우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발생하는 결함은 수백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교량이나 아파트 역시 초기 부실은 이후 관리 단계에서 발견되더라도 이미 치명적 위험을 내포한다.
결국 현행 중대시민재해 법체계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비로소 작동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결과 중심의 처벌 체계에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체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설계·제조·설치 단계까지 포괄하는 안전 의무를 강화하며 새로운 위험 영역까지 포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 다른 보릿돌교 붕괴, 명일동 땅꺼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없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은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