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조동근 칼럼] ‘일시초과세수’ 오독하면 재정운용 파탄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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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지속적인 ‘항상소득’에 의존
AI발 초과세수, 부채상환이 합리적
中期 지출확대에 경제 파탄 우려돼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의 통찰은 직관적이다. 소비는 ‘임의소득’이 포함된 실제 소득보다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상소득’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예건대 월급이 500만원인 사람이 예상치 못한 일회성 상여금 1000만원을 받았다고 소비를 두 배로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1000만원은 다음 달에도 반복되는 소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이 확정되면 ‘항상소득’의 증가로 인식하고 소비 수준을 올린다.

항상소득가설은 재정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일시적 세수호황을 국가의 ‘항상소득’ 증가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다. 항상소득가설에 따르면 일시적인 소득 증가는 같은 금액의 항상소득 증가에 비해 소비를 훨씬 적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상당부분 저축으로 흡수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부채상환에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과 세수가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것이다. 물이 왜 들어왔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은 ‘반도체 수요 폭발’이라는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AI혁명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물결에 올라탄 것뿐이다.

골드 러시 시대에는 금채굴업자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업자가 돈을 쓸어 담는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그 위치다. 반도체 제조의 경쟁우위를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삼전닉스’에 빨대를 꼽기에 바쁘다. 호남반도체 유치도 작위적이다. 삼전닉스 노조가 영업이익 N%를 요구하더니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마저 ‘N년도 전기요금 선불’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내면도 세출예산을 ‘821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증가한 숫자다. 12.8%는 미증유의 증가율이다. 예산은 실질성장률에 인플레이션을 더한, 즉 ‘경상성장률’에 준거해 증가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그 기준이면 많아야 5~6%가 정상치이다. 따라서 12.8% 증가는 대놓고 ‘큰 정부’로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9월 1일 발표한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이다. 2026년 추경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무려 169조원 증가한 것이다. 2026년 추경 기준으로 법인세 증가액은 115조4000억원이다. 소득세수도 ‘반도체 기업 특별성과급’ 지급으로 43조2000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경기순환적 요인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는 바, “이를 근거로 지출을 영구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정상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항상소득 가설에 충실하면, 항상소득이 아닌 ‘임시소득 증가’는 소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재원을 저축증가, 즉 부채상환으로 돌려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90조 제1항은 일반회계의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그해 이미 국채를 발행했다면 예상되는 초과 수입으로 그 국채를 우산 싱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더 걷힌 경우 이를 자동적으로 복지·보조금· 인건비 등 새로운 사업에 쓰라는 규정은 없다. 지출을 늘리려면 ‘예산 또는 추경편성’이라는 국회의 지출승인이 필요하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추경편성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했다면 ‘2027년에 지출이 올라갔다가 이후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정부 계획은 정반대다. 2027년 세출 예산 820조9000억원은 일시적 피크가 아니다. 오히려 증가추세다. ‘820조9000억원(2027년)→894조6000억원(2028년)→957조4000억원(2029년)→1005조2000억원(2030년)’이다. 정부는 반도체 세수를 ‘임시소득’이라기보다 상당 부분 ‘항상소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래대응기금’도 표방하는 명분만 그렇듯할 뿐, 본질은 ‘물 들어올 때 예산제도를 피해 만든 여분의 저수지’다. 정부의 쌈짓돈이 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라간 세수의 상당 부분이 일시적이지 않고 이후에도 유지되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2027년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이고 이후 반도체 이익이 정상화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이미 늘려 놓은 예산과 지출계획은 불가역적이다. 재정적자가 쌓이고 국가부채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재정규율이 작동하지 않는 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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