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빅테크들 막대한 자금경쟁
韓 외환·금융시장 방어벽 강화해야

요사이 미국 정부와 AI산업의 거대한 부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규모는 최근 40조달러(약 5경4300조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30조8000만달러를 30%가량 상회하는 규모다.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올인하고 있다. 2026년 4대 빅테크의 AI 자본지출은 7000억달러를 넘고 이 중 상당부분이 부채로 조달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양대 주체의 차입수요 급증으로 시중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주식시장도 불안정해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왜 부채 팽창을 멈추지 못할까? 미국 정부의 부채가 급증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으로 인해 미국정부가 제조업 부흥 및 AI산업 육성 등에 대규모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대이란 전쟁도 밑빠진 독이 되어가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정치인들의 책임회피다. 재정지출 확대나 감세는 표심 획득이라는 즉각적 보상을 제공하는 반면, 지출 삭감이나 증세는 선거에 치명적이다. 결국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며 포퓰리즘적 적자 재정을 고집하는 것이다.
한편,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현재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치킨게임에 빠져있다. 플랫폼을 선점한 소수가 시장을 독식하는 디지털 산업의 특성상 한 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영원히 도태된다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투자 자금이 최근 특수목적법인(SPV)과 사모 신용시장의 막대한 차입을 통해 조달되는 가운데, 자금조달 형태가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 P. Minsky)가 말한 ‘투기금융’ 내지 ‘폰지금융’으로 점차 악화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 둔화를 막기 위해 5000억달러 규모의 융자 플랫폼을 만들고 하드웨어 잔존가치 보증(RVG)까지 서며 빚으로 빚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시장은 차입자들의 신용 급락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뇌관은 당장 올해부터 2028년 사이에 만기도래하는 대규모 차환 물량이다. 미 정부 부채는 전체의 약 3분의 1이 향후 1년 이내에 만기를 맞을 정도로 단기화되어 있으며, 민간 기업의 회사채 역시 2027~2028년에만 2조6000억달러 이상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 차환 금리 상승 및 차입담보로 제공된 투자자산의 잔존가치 하락 우려가 맞물린다. 특히, 고금리 속에서 빚 차환에 실패한 SPV들이 구형 GPU를 헐값에 쏟아내면, 엔비디아의 우발 채무가 실제 채무로 바뀌고 비은행 금융기관의 뱅크런을 거쳐 미국 금융시장이 급랭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AI붐 의존도가 세계 최고인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최근 한국 수출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반도체에 대한 빅테크 기업의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채무 압박에 쫓긴 이들이 투자를 줄이면 한국 양대 기업의 수주량은 일순간 증발하고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더불어 유동성 경색을 보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 주식을 가장 먼저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쇄적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및 주가의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더 이상 AI 기술의 황금기 전망에 기댈 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만성적 재정 적자를 축소하고, SPV 대출 규제를 포함한 금융안정화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데이터센터 투자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한국도 AI 붐 냉각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외환·금융시장의 방어벽을 강화해야 한다. 외환보유액 확대, 가계부채 및 재정지출 축소 등을 통해 금융부문의 충격흡수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증권시장을 선진화하여 외국인자금 유출을 줄일 필요도 크다.
실물측면에서의 대책 또한 중요하다. 반도체 수요처를 다변화하고 주력 수출 품목을 반도체 이외 제품으로 다각화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를 소비와 국내투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바꾸어나갈 필요도 있다.
미국도 한국도 위와 같은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오늘의 ‘붐’이 결국 내일의 ‘파국’을 낳고 말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전 대비가 사후 수습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