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어 우주·로봇까지…주식 50% 담아 연금 공략

올해 7~8월 새로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 3개 중 1개가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채권혼합형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부터 우주·로봇까지 성장 테마를 채권과 절반씩 섞은 상품이 잇따르면서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30%를 둘러싼 자산운용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8월 신규 상장한 ETF 28종 가운데 분류체계상 ‘혼합자산-주식+채권’ 상품은 9종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규 상장의 32.1%에 해당한다. 상반기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뛰었다. 올해 1~6월 신규 상장 ETF 99종 가운데 주식·채권 혼합형은 11종으로 11.1%였다. 월평균 상장 건수도 상반기 1.8종에서 7~8월 4.5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3년을 놓고 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7월부터 8월 25일까지를 기준으로 주식·채권 혼합형 신규 상장은 2024년 한 종도 없었지만 지난해 5종, 올해 9종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으로는 20종이 새로 상장됐다.
상품 구조에도 공통점이 있다. 과거 시장대표지수와 채권을 단순 결합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알파벳, 현대차그룹, 우주·로봇 등 소수 핵심 종목이나 고성장 테마를 주식 부문에 집중적으로 담고 나머지를 국채 등으로 채우는 상품이 늘었다.
하반기 들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우주테크TOP2채권혼합50’과 ‘KIWOOM 현대차그룹TOP3채권혼합50’,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우주&로봇TOP2미국채혼합50’, 하나자산운용의 ‘1Q 엔비디아알파벳미국채혼합50’ 등이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삼성전자SK하이닉스플러스채권혼합5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도 지난달 나란히 증시에 입성했다.
운용사들이 채권혼합 ETF를 강화하는 것은 빠르게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70조원 늘며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금액도 48조7000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실적배당형 적립금 123조3000억원의 39.6%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채권혼합50 상품은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지키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노출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주식 투자 비중을 50% 안팎으로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퇴직연금 획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전체 적립금의 70%로 제한된다. 주식 편입 비중이 50% 이하인 적격 혼합형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까지 투자할 수 있어 나머지 30%를 운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위험자산에 70%를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주식 비중 50%인 채권혼합형으로 채우면 계좌 전체의 실질적인 주식 노출 비중을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가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운용사들의 경쟁도 단순 지수 추종 상품을 넘어 연금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이라며 “반도체에 이어 AI, 우주·로봇 등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지면서 ‘안전자산 30%’를 겨냥한 채권혼합 ETF 출시 경쟁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