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뒤집힌 수익률…주목받는 환헤지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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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ETF 헤지 따라 수익률 격차 6%p대
원·달러 1372.5원…13개월 만에 최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투데이DB)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 환헤지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고 있다. 같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도 환노출 여부에 따라 한 달 수익률이 6%포인트(p) 넘게 벌어졌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환노출형 상품의 수익률 공식이 원화 강세 전환과 함께 뒤집힌 모습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TIGER 미국S&P500’은 2.05% 하락한 반면 환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H)’은 4.05% 상승했다. 두 상품의 수익률 차이는 6.10%p에 달한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다. ‘KODEX 미국S&P500’은 같은 기간 2.37% 하락했지만 ‘KODEX 미국S&P500(H)’은 4.33% 올랐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6.70%p 벌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최근 한 달간 0.21% 하락한 반면 환헤지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H)’은 6.20% 상승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6.41%p 차이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같은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TF 사이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커졌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372.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4원 내렸다. 지난해 7월 24일 이후 약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ETF는 기초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을 동시에 수익률에 반영한다. 예컨대 미국 주식이 달러 기준으로 5% 올라도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반면 상품명 뒤에 ‘(H)’가 붙는 환헤지형 ETF는 선물환이나 통화선물 등을 활용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인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여 기초자산 자체의 가격 움직임을 수익률에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미국 장기채 ETF에서도 환율 효과가 두드러졌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최근 한 달간 7.61% 하락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에 환차손까지 겹친 영향이다. 반면 환헤지형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1.6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 상품 간 수익률 차이는 5.97%p다.

금 관련 ETF에서도 환헤지형 상품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앞섰다.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은 최근 한 달간 각각 13.56%, 13.04% 상승했다. 반면 환율에 노출되는 ‘SOL 국제금’의 수익률은 6.23%에 그쳤다. 상품별 기초자산과 운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점이 환노출 상품의 원화 환산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원화 강세에는 국내 외환시장 수급 개선과 달러 약세가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시장 불확실성,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 등이 달러 강세를 제약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성장률 전망 상향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수요와 경상수지 흑자도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환헤지 상품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면 환노출형 투자자는 기초자산 수익에 환차익까지 더할 수 있지만 환헤지형은 이 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등에 따라 헤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본다. 최광혁 L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이 안정된다면 외국인의 급격한 순매도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과 국내 투자 확대로 그동안 지연됐던 경상수지의 환전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와 펀더멘털 요인까지 고려하면 현재 환율은 상방보다 하방 압력이 높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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