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의무공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공시인증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인증을 할 것이며 누가 인증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다.
인증이란 제3자를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산업 현장에서 인증이나 검증은 일상화된 장치이다. 인증방법에 대한 특별한 시비가 있을 리 없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인증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공시의 인증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누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어떤 인증기준에 따라 어떻게 인증을 할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인증 대상인 지속가능성 정보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 지속가능성 정보의 다양성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의 진술이다. 공시를 하는 당초의 취지는 투자자를 위한 정보제공이지만 현재로서는 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들(지속가능성 과제들)에 대한 진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진술을 통해 공개되는 정보는 공시기준에 명시된 인권, 환경, 안전과 보안 등으로 그 범위가 매우 넓다.
2025년부터 의무공시를 시작한 유럽의 경우를 보면 공시되는 정보가 얼마나 다양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안에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공업용수의 사용량과 수질 오염에 관한 정보, 산업안전과 정보 보안, 인권과 노동 등 광범위한 영역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공개되는 정보의 유형 역시 다양하다. 측량이나 계측, 추정 등을 통한 성과 측정치에서부터 설정된 성과목표, 목표 달성을 위해 수립한 전략, 성과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서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정보가 포함된다.
■ 전문성의 확보
인증의 목적은 신뢰성 확보다. 인증이 신뢰성 제고라는 소기의 성과를 내려면 몇 가지 중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격을 갖춘 인증인의 존재다. 인증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인증을 수행할 인증인과 인증기관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증제도는 작동하지 못한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인증에서 전문성의 확보는 더욱 어려운 과제다. 산업 현장에서 진행되는 여타의 인증과 달리 지속가능성 공시의 인증은 다양한 유형의 복합적인 정보를 다루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복합정보를 철저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서로 다른 복수의 전문성(다중전문성: multiple expertise)이 요구된다.
많은 연구가 지속가능성 공시는 물론 공시의 인증에도 광범위한 전문성(다중전문성)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국제적 인증기준 중 하나인 ISSA 5000은 인증업무수행팀의 전문성 부족을 전제로 외부 전문가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 자본시장법과 다중전문성
최근 국회에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공시정보의 인증에 관한 포괄적인 규정을 담고 있다. 수행할 기관(인증기관)과 기관이 갖추어야 할 요건, 기관의 등록, 인증 업무의 수행 방법, 인증 기준, 이해상충의 방지 등이 모두 망라되어 인증방법의 윤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인증인(인증기관)의 전문성 요건에 대하여는 상세히 밝히고 있지 않다. 충분한 전문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전문성에 대한 요건은 더 구체화되겠지만 다중의 전문성을 정의하고 규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무와 회계, 법률은 물론이고 지구와 환경, 자연자원의 관리, 산업안전과 보안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개별적으로 정의하고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한 분야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인증기관의 요건에 다중의 전문성을 규정하고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 공시정보에 대한 인증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분야별 전문성이 없는 인증기관의 인증은 형식에 그치고 부실한 인증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외부 전문가의 활용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신뢰성을 담보받기 어렵고 관리감독도 어렵다.
■ 기술적 분업의 활용
인증업무를 영역별로 나누고 영역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그에 대한 인증을 하도록 기술적 분업을 허용한다면 다중전문성 문제는 다소 해소될 수 있다. 주 인증인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수 있고 형식적 인증의 위험도 사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 활동 중인 분야별 전문가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술적 분업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가 인증을 수행토록 허용하는 방법은 여러 국제인증 기준에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ISSA 5000은 타 인증인 제도의 활용을 언급하고 있으며 부문별 인증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다만 기술적 분업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분야별 인증이 필요한 전문 분야를 정해야 하고 인증인의 자격 등에 관한 규정도 마련되어야 한다.
로드맵에 따르면 의무적 공시의 인증은 203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문성 확보에 관한 선제적인 연구와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