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도입된 코스피 시장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한 사례다. 해외 상품과의 규제 차이를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레버리지 선호와 단기투자 성향을 감안하면 과도한 위험 추구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결국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규제가 뒤따랐다. 8월 세제 개편안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도 비슷하다. 이미 많은 국민이 장기 자산 형성 수단으로 이용하는 제도인 만큼 기존 가입자의 투자계획과 불편을 충분히 살폈어야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책을 수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문제는 발표 전에 시장참여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누구에게 예상하지 못한 부담이 생길지를 제대로 검토했느냐는 데 있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정책을 내놓고 다시 고치는 일이 반복되면 수정 비용보다 더 큰 ‘신뢰의 비용’이 발생한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집값 안정을 위해 20차례가 넘는 대책이 이어졌지만, 시장은 정책당국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규제 뒤에 다시 규제가 추가되면서 시장에서는 현재의 규칙보다 다음 대책을 예상해 행동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책이 반복될수록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물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독과점, 정보 비대칭, 금융 불안처럼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역시 시장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없고 경제주체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세금을 바꾸면 자산과 거래 방식이 달라지고, 규제를 강화하면 우회 수단이 생기며, 한쪽의 수요를 억제하면 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좋은 의도에도 새로운 왜곡을 만들 수 있다. 시장의 문제를 고치려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만드는 것이 이른바 ‘정부 실패’다.
그 비용은 결국 국민과 기업이 부담한다. 정책을 믿고 세운 투자·저축 계획을 다시 바꿔야 하고, 기업은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다음 정책의 효과까지 떨어진다는 점이다. 경제주체가 ‘이번 정책도 곧 바뀔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결정을 미루거나 우회 방법부터 찾는다. 그러면 정부는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강한 규제나 더 많은 재정을 동원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삶과 자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일수록 시장 반응과 부작용을 충분히 점검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은 뒤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처럼 수요와 공급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일수록 여러 정책 수단 간의 정합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책의 필요성과 비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의 공감은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힘은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국민과 시장이 얼마나 그 정책을 믿고 행동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