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으로 검사를 의뢰하고 긴 시간을 초조함으로 기다리다 마침내 국제우편으로 날라 온 결과지를 받아든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자신만만하게 우편물을 뜯어봤지만, 결과는 불일치, 용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박두만은 용의자를 보내주면서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사에 남을 대사를 날린다.
심증과 물증의 불일치는 진료 현장에서도 일어난다. 환자의 증상과 영상 소견 등은 분명 악성 종양이어서 힘들게 조직검사를 했건만 결과는 양성 종양이 나온다던가, 아니면 검체 부족 혹은 암이 의심되나 단정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의 상황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이렇게 임상과 병리 소견과의 불일치가 나올 때 의사는 난감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때 조직검사가 제대로 안 됐었나?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하고 한 번 더 조직검사를 해야 했나? 병리 의사와 통화를 해 볼까? 일주일 뒤에 결과 보러 오라고 했는데 환자에게 뭐라 이야기할까? 바로 조직검사를 다시 하자고 할까? 아니면 일단 지금은 괜찮다고 하고 3개월 뒤에 다시 하자고 할까? 마치 불일치가 내 탓인 양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병을 진단하는 여러 과정이 교과서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사람이 각양각색이듯, 병도 각양각색이다.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단을 피해 좀처럼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병들, 이런 경우에 교과서대로라면 이런 소견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 등. 증상과 영상 소견이 확실해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이건 암입니다” 하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다.
오늘 오후에는 조직검사 결과를 가슴 졸이며 일주일을 기다린 환자가 올 것이다. 오전에 확인한 결과는 불일치.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가 용의자에게 했던 “밥은 먹고 다니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에는 형사의 무력감, 막막함도 있다. 나 역시 향방을 잃은 막막함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밥이라도 먹고 힘내서 환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고 다시 검사해 보자고 마음을 먹어본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