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드스톤은 새로 이전한 한남동 공간의 개관 전시로 영국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Ed Atkins)의 개인전 ‘1 day in space’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대체수단(digital surrogate)’을 통해 시간, 상실, 영속성과 덧없음의 긴장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가 자신의 다학제적 작업 전반에서 제시해온 질문을 아날로그적 전략을 바탕으로 확장하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작 영상을 중심으로 사진, 조각, 프로타주 작업을 함께 소개하며 가족이라는 존재를 시각적 알레고리로 제시하고 현실을 탐색하고 재구성하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이미지들이 무료한 멜랑콜리를 어떻게 포착하는지 탐구하기 위해 가상 세계가 불러오는 소외에서 벗어나 카메라가 지닌 감성적 논리를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전시의 중심에 자리한 작가의 신작 영상인 〈Passive Mech〉는 타임랩스 기능을 활용, 덴마크 질랜드(Zealand)의 작가 소유의 주택 외부에 설치된 골판지 무대 세트가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어린 딸의 방 창가에서 한 달 동안 촬영된 해당 작품은 1분마다 한 프레임씩 촬영된 총 4만3200장의 이미지와 수많은 오디오 클립으로 구성됐으며 겨울에서 봄이 되는 과정과 무대 구조물이 이 시간을 거치며 결국 무너져내리는 순간을 함께 담아냈다.
대부분 비어 있는 무대는 타임랩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주제인 자연 속에서의 성장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모든 사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을 담고 있다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통찰을 떠올리게 하는 〈Passive Mech〉는 카메라에 '보는 권한(authority of vision)'을 부여함으로써, 이미지가 순간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 순간과 함께 소멸해 가는 방식을 기계적 정밀함과 친밀감을 통해 탐구한다. 암전된 구조물의 후면 스크린에 투사되는 작품은 골판지 무대 세트를 뒤집어 놓은 듯한 설치 방식으로 영화관이자 극장, 조종석이자 침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해 관음, 수동성, 환상이 교차하는 장소로서 작품의 연극적 구조를 형성한다.
〈Passive Mech〉의 방대한 스틸 이미지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제작한 유니크 프린트(unique print) 연작이 해당 작품의 개념적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함께 소개된다. 서로 다른 크기와 방식으로 출력되고 설치된 이 작품들은 사진 매체의 다양한 형식을 선보이면서도, 일상적 기록 사진과 예술 사진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평범한 일상과 제도권 예술을 구분해 온 관습적 경계가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시리얼 상자, 동물 플래시카드 등 가족의 일상에서 나온 잔재들을 조합한 릴리프 작업도 선보인다.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사물들은 본래의 용도와 맥락에서 분리돼 작가와 아이들이 함께한 조용한 순간들을 담은 아상블라주로 재구성되며 타임랩스 사진의 시간성과 기록 방식을 또 다른 형식으로 확장한다. 사적인 사진들은 제작 과정을 기록하는 흔적으로서 이미지가 지닌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틀을 제공하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복합성과 모순된 약속을 환기한다.

전시장에는 빛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을 직접적인 접촉으로 대체한 프로타주 연작도 함께 소개된다. 이 작업은 가족이 사용한 침대 시트를 흑연으로 본떠 실물 크기로 제작했으며 사진의 네거티브를 연상시킨다. 대상의 표면을 그대로 복제하는 동시에 그 위에 잠들어 있던 신체의 흔적을 가리키며 부재와 존재, 기억과 흔적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한다.
에드 앳킨스의 한국 첫 개인전 '1 day in space'는 8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진행되며 9월 1일에는 에드 앳킨스와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큐레이터 최장현이 진행을 맡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