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경쟁력의 출발점은 대학원 연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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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정 전남대학교 인공지능학부 교수·BK21 교육연구단장

▲양형정 전남대학교 인공지능학부 교수·BK21 교육연구단장
인공지능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AI 핵심기술을 연구하며, 그 성과를 산업과 사회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석·박사급 연구인재가 그 중심에 있다. 이러한 인재가 성장하는 출발점이 바로 대학원 연구실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의 일상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AI 모델과 플랫폼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역량은 이제 필수다. 그러나 활용 역량만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알고리즘과 모델을 스스로 연구·개발하고, 데이터와 컴퓨팅 역량을 국내에 축적해야 기술적 선택권을 넓히고 다음 세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AI 핵심기술 연구와 산업·사회 현장의 활용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AI 분야의 대학원 교육도 최신 기술을 배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강의에서 익힌 이론을 실제 문제의 발견과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과 검증으로 연결해 학생이 ‘연구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BK21 교육연구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기업과 지역사회의 실전 문제에서 연구 주제를 찾고, 기업·연구기관과 협력하며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BK21의 중요한 가치는 이러한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데 있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마주하는 문제는 새로운 AI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현장의 문제와 데이터, 검증 환경을 제공하고, 대학은 이를 단기적인 기술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연구 질문과 핵심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지역대학은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보편적인 기술로 발전시키는 연구 거점이 될 수 있다. 현장의 수요가 연구를 촉진하고 연구 성과가 다시 기업과 지역의 혁신으로 이어질 때 국가 전체의 AI 연구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

AI 연구인재가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원 단계부터 국제 연구 현장과 연결되는 경험이 중요하다. AI 기술과 연구 성과가 빠르게 공유되는 만큼 국내 연구환경에만 머물러서는 세계적인 연구 흐름을 선도하기 어렵다. 대학원생이 해외 대학·연구기관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국제학술대회와 연구 네트워크에 참여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해외 우수 연구자와 학생이 국내 대학원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이러한 교류가 지속적인 공동연구와 성과 창출로 이어질 때 우리 대학원도 세계의 우수 인재가 모이는 연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수한 연구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성장하는 대학원 연구실의 연구환경에도 주목해야 한다. 충분한 연구시간과 안정적인 연구비, 지도와 협업 기회가 보장돼야 학생들이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도전적인 연구에도 뛰어들 수 있다. 특히 AI 분야는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장기간의 실험과 검증이 필요한 만큼 개별 연구실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BK21이 연구실과 대학 간 자원을 연결하고 공유하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까지 수행한다면 대학원생의 연구 경험과 성과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5단계 BK21은 AI 핵심기술을 창출하고, 산업과 지역의 실전 문제를 해결하며, 국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연구인재를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원생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장학금의 실질 가치를 높여야 한다. 석사·박사과정부터 박사후연구자, 나아가 학계와 산업계의 다양한 진로로 이어지는 전 주기 성장경로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AI를 대학원 교육과 연구 전반에 내재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생성형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가 AI를 활용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발굴하고 핵심기술 연구로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개방형 협력과 국제공동연구를 확대하고,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 윤리와 신뢰성,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을 교육과 연구 전 과정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성과평가도 논문의 양적 성과뿐 아니라 연구의 도전성, 대표성과의 질, 연구자의 성장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함께 살펴보고, 실패도 축적된 연구 경험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은 기술과 인프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투자가 사람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학생이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며, 그 성과를 산업과 사회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곳이 바로 대학원 연구실이다. 5단계 BK21은 그 출발점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국가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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