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파 “인상 급박성 낮춰” vs 인상파 “성장·근원물가가 더 중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뚝 떨어지면서 한국은행 연속 기준금리 인상(백투백) 여부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환율 급락이 수입물가 부담을 낮춰 백투백 시급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환율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은데다 성장과 근원물가 등 실물지표가 여전히 견조해 인상 기조를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는 반론이 맞섰다.
20일 채권시장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모두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384.1원까지 떨어져 작년 9월18일(장중기준 1380.0원) 이후 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1일 1559.2원(장중기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불과 한 달 20일 만에 175.1원(11.23%) 급락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한 바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통상 분기당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움직여왔다. 1560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이례적인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내려왔다”며 “환율 급락은 인상의 급박성을 낮춰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상대 부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하락이 금리인상 속도에 여유를 주는 요인이지만 (환율이 낮은 수준은 아닌데다) 성장과 근원물가를 더 강조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의 선제적 인상 의지가 강하다. 백투백 인상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사실상 5대5로 평가했다. 최근 환율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소득(GDI)과 국내총생산(GDP), 물가 등을 종합하면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고 환율도 하락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압력이 둔화했다. 7월과 8월 연속 인상 명분은 약해졌다. 8월에는 동결하되 인상 소수의견이 2명 정도 나오면서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물가 압력을 높여 8월 인상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 자체만 보면 동결에 긍정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은 아니다”며 “한은이 7월 회의에서 향후 정책 속도를 판단할 데이터로 2분기 GDP와 7월 물가를 명시했다. GDP가 놀라운 수준으로 나오면서 이달 금통위에서 성장률 전망도 상당폭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인상하지 않는다면 다음은 10월이다. 그 사이 시차가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8월 시점에서는 환율 하락만으로 판단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인상기에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좋을 때 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환율 하락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며 “환율 하락을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는 근거로 볼 수 있어 동결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은이 금리인상 명분으로 고환율을 들었던 만큼 환율 안정은 시장 입장에서 인상 시급성을 완화하는 재료로 인식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주가 하락이 백투백 여부보다는 향후 최종금리 수준에 영향을 줄 변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긴축 초기에는 가격지표보다 성장과 근원물가 같은 실물지표를 더 중요하게 볼 것으로 생각한다. 성장 전망도 상당폭 올라갈 것으로 보여 8월 백투백 인상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면 과잉긴축을 덜어내는 쪽으로 봐서 최종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