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생각보다 어둡다
세상은 생각보다 어둡다. 경제는 성장하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성장이 모든 사람의 삶을 번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여전히 오늘의 삶을 힘겹게 버티고 있으며, 내일이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갤럽 세계조사를 보면 이러한 현실이 숫자로 나타난다. 142개국 성인의 국가별 중앙값을 기준으로 삶의 번영 상태에 해당하는 사람은 33%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의 삶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충분히 높지 않은 고전 상태는 59%, 현재와 미래의 삶을 모두 매우 낮게 평가하는 고통 상태는 7%였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갤럽의 「2026 세계 직장 현황 보고서」에 제시된 한국 취업자 자료를 보면, 2025년 삶 전반에서 번영 상태에 있는 취업자는 35%다. 반면 고전 상태는 55%, 고통 상태는 9%다. 다시 말하면 한국 취업자의 약 64%는 아직 삶의 번영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숫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직장이 있다는 것과 사람이 번영한다는 것은 같은 것인가. 경제활동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며, 존중받고 성장하고,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며,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일자리여야 한다.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것은 희망을 잃는 것이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테의 『신곡』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고통 그 자체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는 것이다.
사람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 실패도 견딜 수 있고 부족함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내일도 달라질 것이 없다”, “나에게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좋은 사회는 사람에게 단순히 “희망을 가져라”고 말하는 사회가 아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사회다.
좋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에게 “열심히 하라”, “도전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고, 그 강점을 실제 일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성장할 기회를 얻고, 자신의 미래가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둠 속에서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신을 더 밝게 빛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그 답을 휴먼플러리싱(Human Flourishing,인간번영), 즉 인간의 잠재력이 꽃피는 삶에서 찾는다.
인간번영은 단순히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삶과 일 속에서 충분히 발휘하며, 자신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삶이다.
꿈과 희망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인간의 잠재력을 만개하게 하는 데에는 네 가지 힘이 필요하다. 꿈과 희망, 가능성, 그리고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다.
첫 번째 힘은 꿈이다. 꿈은 인생을 움직이는 엔진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인간은 지금과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을 때 움직이기 시작한다.
꿈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생의 북극성을 찾아가는 에너지다.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게 하는 출발점이다. 인간번영은 꿈에서 시작된다. 꿈은 현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힘이다.
두 번째 힘은 희망이다. 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꿈꾸는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게 만드는 힘이 필요하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다”, “나는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아직 나에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희망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난다. 인간번영의 출발은 사람에게 희망을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희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가능성은 강점의 발견에서 시작된다
세 번째 힘은 가능성이다. 희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잘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의 강점은 세상에서 내가 살아가는 힘이자 에너지다.
“나에게도 강점이 있다”, “나도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바로 가능성이다.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반복해서 지적받을 때보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받을 때 스스로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부터 바꾸어야 한다. 질문을 바꾸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사람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고 묻기보다 “이 사람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의 강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사람을 결핍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강점기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로 이때 인간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인간번영이 시작된다.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때 자신의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그 강점을 누군가가 인정해 줄 때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시작한다. 강점은 인정으로 이어지고, 인정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며, 가능성은 다시 희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강점을 발견한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잘하는 것을 하나 찾는 일이 아니다. 내 안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할 수 있어”는 가능성을 행동으로 바꾸는 힘이다
네 번째 힘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더라도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자신감이 없다면 삶은 달라지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사람은 도전한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따라서 자기효능감은 가능성을 행동으로 바꾸고, 행동을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강점을 실제 삶에서 사용하고 도전할 때 비로소 잠재력은 현실이 된다.
결국 꿈은 방향을 만들고, 희망은 포기하지 않게 하며, 가능성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게 하고, “할 수 있어”라는 자기효능감은 그 가능성을 행동으로 전환한다.
이 네 가지 힘이 서로 연결될 때 인간은 오늘을 버티는 삶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믿으며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하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버티는 삶에서 자라는 삶으로, 자라는 삶에서 자신의 잠재력이 활짝 꽃피는 삶으로 나아간다.
꿈은 희망으로 이어지고, 희망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며, 가능성은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은 도전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휴먼플러리싱의 길이다.
아레테에서 에우다이모니아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에서 찾았다.
에우다이모니아는 흔히 행복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단순히 기분이 좋거나 만족스러운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오늘날 인간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면, 에우다이모니아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과 힘을 올바르고 탁월하게 발현하면서 잘 살아가는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아레테다. 아레테는 인간의 가능성을 탁월성으로 바꾸는 힘이다. 인간에게 능력과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행복과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삶과 일 속에서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며 탁월하게 발휘해야 한다.
덕은 인간의 힘이다. 나를 가장 멋진 나로 만드는 힘이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강점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강점이 실제 삶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강점은 발견되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야 한다.
강점은 가능성이 되고, 가능성은 좋은 방향의 실천을 통해 탁월성으로 발전한다. 아레테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실천하는 힘이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그렇게 살아갈 때 만들어지는 좋은 삶의 상태다.
결국 에우다이모니아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에서 가능성을 찾고, 그 가능성을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며 아레테로 발전시키는 인간성장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삶의 상태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자신의 가장 좋은 가능성을 실현하며 잘 살아가는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과 번영이 개인의 삶에만 머물지 않고 조직과 공동체, 사회 전체로 확장될 때 휴먼플러리싱이 만들어진다.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3E모델에서 휴먼플러리싱의 답을 찾다
3E와 UIT로 인간의 잠재력을 만개시키다
그렇다면 인간이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탁월하게 발현하여 아레테에 이르고, 자신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에우다이모니아적 행복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람에게 단순히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도전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의 잠재력은 저절로 꽃피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은 사람에게 단순히 성공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희망을 가지라고 훈계하지도 않는다. 도전하라고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사람이 스스로 희망하고, 성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기업가정신이다.
그 출발은 사람의 강점과 노력,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인정받을 때 “나는 존중받고 있다”, “나에게도 강점이 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시작한다.
두려움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보상은 사람을 일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정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러나 인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의 가능성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가능성에 투자하며, 믿고 권한을 맡기는 환경이 필요하다.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은 사람을 이해하고(Understand), 가능성에 투자하며(Invest), 믿고 맡기는(Trust) UIT에서 출발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투자하고, 믿고 맡기는 UIT하라’
이 UIT는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3E, 즉 공감, 역량활성화, 권한부여의 세 가지 조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첫째는 공감(Empathy)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의 꿈과 희망이 살아 있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존재와 마음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둘째는 가능성에 투자하고 역량을 키워주는 것(Enablement)이다. “당신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점이 실제 역량으로 발전하려면 교육과 경험, 기회와 시간, 자원이 필요하다.
셋째는 사람을 신뢰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Empowerment)이다.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충분한 교육과 기회를 제공받았더라도 실제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가능성은 현실이 되기 어렵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가 실제 권한으로 이어질 때 사람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기효능감은 행동과 도전으로 이어진다.
권한을 위양받은 사람은 스스로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상상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사람을 믿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하면 사람은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사람을 믿고 권한을 주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실험하고, 도전한다. 바로 여기에서 새로운 가치와 혁신이 만들어진다.
결국 꿈과 희망은 공감하고 이해할 때 살아난다. 가능성은 투자하고 역량을 키워줄 때 성장한다.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은 신뢰하고 권한을 줄 때 행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조건이 사람의 강점과 만나면 인간의 잠재력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받으며 꿈과 희망을 갖는다. 자신의 가능성에 투자받으면서 역량을 키우고,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신뢰와 권한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몰입하며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상상과 도전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가능성이 탁월하게 발현되는 아레테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아레테의 삶이 지속될 때 에우다이모니아적 행복에 가까워진다.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실제가 되는 사회
결국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목적은 단순히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의 잠재력이 만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사람이 성장하면 기업도 성장한다. 사람의 강점이 살아나면 몰입이 살아난다. 사람의 상상과 도전이 살아나면 기업의 혁신도 살아난다.
따라서 좋은 기업은 사람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한다.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교육과 기회, 자원을 제공하여 그 가능성을 실제 역량으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사람을 믿고 권한을 부여하여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실제가 되도록 만든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도 마찬가지다. 꿈이 있는 사회, 희망이 있는 사회, 가능성이 있는 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실제가 되는 사회다.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탁월함으로 발전시키며, 자신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사회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고 기업은 혁신하며, 개인의 성장이 조직과 공동체의 성장으로 확산되는 사회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잠재력을 만개시키고, 아레테에서 에우다이모니아로 나아가는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길이며, 인간의 잠재력이 꽃피는 휴먼플러리싱의 세상이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