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척추질환, 서둘러야 하는 수술과 기다려도 되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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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디스크가 심하다고 하는데 꼭 수술해야 하나요?”

▲박기철 이춘택병원 제2정형외과장 (이춘택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반대로 MRI에서는 이상이 심하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통증과 다리저림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어하는 환자도 있다. 허리수술은 MRI 사진 한 장이나 통증의 강도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영상 소견과 증상의 일치 여부, 신경 기능의 변화, 보존적 치료에 대한 반응, 일상생활의 제한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MRI에 이상이 보여도 모두 수술 대상은 아니다

중장년층의 MRI에서는 디스크 돌출이나 척추관협착이 흔히 발견된다. 하지만 영상에서 병변이 확인됐다고 해서 반드시 통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퇴행성 변화가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에서 확인된 병변의 위치가 환자의 증상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허리디스크가 특정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면 해당 신경의 분포에 따라 엉덩이와 다리의 통증, 저림, 감각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MRI 소견과 증상, 신경학적 검사 결과가 서로 맞아떨어질 때 수술 필요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 근력 저하와 대소변 장애는 중요한 위험신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두 경우로 나뉜다. 신경손상을 막기 위해 지체 없이 해야 하는 경우와 삶의 질을 회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다.

지체 없이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마미증후군이다. 갑작스러운 대소변 조절 장애, 회음부 감각 저하, 양쪽 다리에 동시에 나타나는 마비가 동반된다면 응급상황으로 보고 즉시 검사와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발목이나 발가락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족하수처럼 근력 저하가 뚜렷하거나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 걷다가 다리가 자꾸 꺾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경이 눌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압박을 풀어주더라도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 감염이나 종양, 골절처럼 구조적인 원인이 확인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가 우선 검토된다.

반면 통증과 저림이 주된 증상이고 근력이 유지되고 있다면 대부분은 시간을 두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보존적 치료를 반복했음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일상생활의 제한이 계속된다면, 회복을 더 기다리는 것보다 수술로 압박을 풀어주는 편이 이득이 큰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 보존적 치료의 기간보다 ‘반응’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허리디스크와 초기 척추관협착증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운동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치료 후 통증이 줄고 걷는 거리와 일상생활 능력이 회복된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면 충분한 치료에도 통증과 저림이 반복되거나 보행거리가 계속 줄어든다면 치료 방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몇 주가 지났으니 수술한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전후의 통증 변화와 근력, 감각, 보행 능력을 비교해야 한다. 약효가 지속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거나 일상생활의 제한이 커지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 통증 점수보다 일상 기능을 살펴야

같은 정도의 통증이라도 환자가 느끼는 불편은 다르다.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출근과 가사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짧은 거리도 걷지 못하고 반복해서 쉬어야 하는 경우라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반대로 영상 소견이 심해 보여도 신경학적 이상이 없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수술 전에는 고관절이나 천장관절, 말초신경 질환처럼 허리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도 감별해야 한다. 통증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술하면 영상에서 보이는 병변을 해결하더라도 증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춘택병원 제2정형외과 박기철 과장은 “척추수술의 목적은 MRI 영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경 손상을 막고 환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데 있다”며 “영상 소견과 환자의 증상이 일치하는지, 신경기능이 떨어지고 있는지, 보존적 치료에도 생활기능이 회복되지 않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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