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오정근 칼럼] 장밋빛 ‘3·4·5 비전’에 취할 때 아니다

기사 듣기
00:00 / 00:00

수출급증에 선진경제 기대 크지만
특정산업 과도한 쏠림에 대비하고
성장효과 확산위해 규제 완화해야

정부가 ‘잠재성장 3%, 수출 4강, 소득 5만달러’라는 ‘3·4·5 비전’을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전면에 내걸었다. 정부는 1~4월 수출 순위가 세계 5위로 올라섰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0% 성장하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만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3대 메가프로젝트를 성장축으로 삼아 장기간 하락한 성장경로를 되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수출은 한국 경제 회복의 핵심 축이다. 6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반기 수출 역시 4967억달러로 전년보다 48.4%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상성장률은 12.3%로 전망됐다. 이는 1996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반도체 수출 가격 급등과 교역 조건 개선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1인당 GNI는 4만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진 경제권 진입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 최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조기에 현실화하고 기업 투자를 촉진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세가 경제 회복을 이끄는 가운데, 국민소득이 4만달러대에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제는 금년과 같은 경제 지표들이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느냐다. 정부 전망에서도 2027년 실질성장률은 2.2%, 통관수출 증가율은 1.0%로 낮아진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과 국민소득 전망은 높아졌지만 고용 둔화와 생산성 정체, 산업 편중이라는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도하게 특정 산업에 의존하다 그 산업이 몰락하면서 추락하는 경우를 ‘네덜란드 병’이라고 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둔화될 경우를 극복할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고용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 중심 성장의 고용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성장의 성과가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등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영향으로 당초 전망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화의 장기간 약세로 수입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해 물가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정부도 과도한 재정지출을 억제해 원화가치 안정화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하는데 정부는 예산증가율을 금년 8.1%에 이어 내년에도 10%대 적극재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2024~2026년 평균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추정에서 잠재성장률이 3%대였던 마지막 구간은 2015~2018년이다. 당시 추정치는 3.0~3.2%였다. 따라서 정부의 성장률 3% 목표는 약 10년 전 성장능력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인구구조와 산업 생산성의 하락 흐름을 되돌려야 한다.

그러나 여건은 당시보다 불리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가 2030년 전후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총요소생산성 둔화와 자본수익성 하락이 투자 증가세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노동 감소분을 경제활동 참가율과 우수인력 유입으로 보완하면서 생산성과 자본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3%에 접근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수도권 반도체 팹의 준공을 앞당겨 5년 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고,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에는 민간투자를 포함해 총 800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충청권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분야에도 156조원 투자가 제시됐다.

투자계획의 상당 부분은 2030~2031년에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 사업이다. 특히 전력·용수 공급, 전문인력 확보가 지연되면 생산성 효과도 늦어진다.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수요보다 빠르면 반도체 가격 하락기에 공급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3·4·5 비전’을 실현해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