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블록]日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韓 제자리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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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실물 경제 혁신+사회문제 해결 가능한 인프라 구축
“마운트곡스∙코인체크 해킹사건 계기, 촘촘한 규제안 만들어”
로손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 실험 도입
韓 관련법 통과 여전히 미지수 “사업 확장 기회 준비 전략 필요”

오랜 기간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일본 가상자산 시장이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 검증을 계기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회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관련 법안 역시 표류하고 있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성장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이미지=챗GPT)

日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전담 부서 신설

사실 일본 가상자산 시장은 마운트곡스와 코인체크 해킹사건을 계기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가 약 85만 비트코인(BTC)를 도난당하면서 붕괴됐다. 당시 마운트곡스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를 차지할 만큼,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한 곳이었다. 비트코인 가치는 4억6000만 달러였는데 이를 고려하면 하루아침에 사라진 마운트곡스 내 비트코인은 391억 달러에 이른다.

2018년에는 580억 엔 상당의 넴(NEM) 코인이 유출된 ‘코인체크 해킹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가상자산업계는 “투자자 보호 중심의 규제안을 마련해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자산 증식 수단인 가상자산 자체보다는 실물 경제 혁신과 사회 문제 해결이 가능한 블록체인 및 웹3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달 13일 열린 아시아 최대 웹3 컨퍼런스 ‘웹X 2026’에서 “웹3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의 스타트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며 일본 정책과 산업 시너지를 통한 혁신 생태계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또 “전 세계 1만5000여 명이 모이는 웹X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사회 구현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평가하며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웹X의 협력이 일본 웹3 생태계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일본 금융청은 7일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지원에 속도가 붙었다.

앞서 금융청은 지난 1월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종합정책국을 ‘자산운용∙보험감독국’ 산하로 개편하고 감독국은 ‘은행∙증권감독국’으로 명칭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금융청은 △자산운용입국 정책 추진 △금융분야 디지털화 대응 △시장 모니터링 기능 고도화를 제시했다. 조직을 ‘과’단위로 승격해 가상자산 규제 관련 기획∙감독 기능을 체계적으로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황석진 교수는 “(일본은)마운트곡스와 코인체크 해킹사건을 겪으면서 촘촘한 규제를 만들었다”며 “이후 일본 가상자산 시장은 보수적 기조를 보였지만, 제도 정합성이 높다는 게 제일 큰 특징”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시장은 안전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구조로 발전했다”며 “일본 가상자산 시장은 앞으로 거래 중심에서 제도형 금융시장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BPMG 사업본부 문범영 본부장은 “일본은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우선시해 엔화 코인도 은행 등 금융권 중심으로 발행된다”며 “자국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시장이 설계되고 있다는 점, 규제가 먼저 확정되는 시장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점 등이 주요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물건을 산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계에서도 일본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일본 스타트업 JPYC는 지난해 10월 ‘JPYC’를 발행했다. 개인 또는 고객이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도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는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JPYC는 향후 3년 안에 ‘JPYC’ 발행 잔액 목표를 10억 엔으로 설정했으며, 기존 해외 송금의 높은 수수료와 지연 문제를 대체할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 IT 서비스 기업 아이티센글로벌이 JPYC와 한∙일 스테이블코인 공동연구인 ‘퓨처 파이낸스’를 진행 중이다. 엔화-금-원화를 잇는 국가 간 금융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실물자산 토큰화(RWA) 결제 시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핀테크 기업 헥토파이낸셜도 일본에 100% 자회사를 설립하며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 및 글로벌 협력에 노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JPYC가 실제로 결제가 가능한지 실증 실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본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포스트에 따르면 일본 대표 편의점 로손은 7일 디지털자산 지갑 기업 해시포xm와 함께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점 등 매장 두 곳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즉,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로 물건을 살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셈이다.

로손에 따르면 판매시점정보관리(POS)와 연동시킨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실험은 일본 내 최초 사례다. 소비자가 전자지갑 바코드를 보여주면 직원은 POS 단말기로 물건 금액을 읽는다. 해시포트가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JPYC 잔액을 갱신하는 구조다. 로손은 실증 실험에서 POS와의 시스템 연계나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검증해 결과를 근거로 도입 여부를 판단한다.

일본 금융권도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스미모토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파이낸셜 그룹 등 일본 3대 은행은 지난 6월 공동 성명을 내고 내년 3월에 종료되는 올해 회계연도 안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각 그룹의 은행부문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체계를 검토하고 발행 구조를 마련할 예정이다.

황석진 교수는 “일본에서의 ‘가상자산’은 주변부 사업이 아닌 금융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울 핵심 인프라”라며 “최근 엔화 스테이블코인, 웹3, 블록체인 실증을 통해 결제, 자산운용, 스타트업 투자까지 연결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아시아 블록체인 중심지로 자리 잡으려는 의지도 보인다”며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키우겠다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라고 진단했다.

문범영 본부장은 일본이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붙인 이유로 △제도 선점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자국 시장 방어 △오프라인 실사용 확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지니어스법 시행 전∙후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로손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범 운영은 금융권 정산을 넘어 소매시장으로의 확장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韓 법적∙제도적 규제 부재로 기업 성장 ‘발목’

한편 한국에서는 법적∙제도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가상자산 관련 기업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 앞서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민명덕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같은 해 10월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디지털자산의 명확한 정의, 신뢰 기반의 건강한 디지털자산 시장 질서 확립∙조성 등이 목표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는 6∙3 지방 선거 이후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라 기대했지만, 더는 진전이 없어 보인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있어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디지털에셋 조진석 대표는 “디지털자산 사업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 정책 변화와 함께 관련 법률 및 감독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완화와 제도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시장 접점 확보, 향후 사업 확장 기회 등을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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