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국경 간 금융 활동 감동 강화 등 노력 중 하나”
국경 간 거래 간주 시점 명확화∙∙∙허가받은 CASP 이용해야
“남아공 가상자산, 주요 자산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영국 로이터는 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앞서 재무부와 남아공 중앙은행(SARB)은 지난 4월 개인의 재량적 해외 투자 한도 상향 조정, 가상자산 규제, 자본 흐름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상자산 매뉴얼(Crypto Asset Manual) 초안’을 제안한 바 있다. 아프리카 금융 중심지로서의 입지 강화와 활발한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이다.
남아공 중앙은행은 국경 간 금융 활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가상자산이 불러올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 중 하나라며 가상자산 매뉴얼 초안을 소개했다.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CASP)의 사업 수행을 위한 신청∙심사 절차,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에 적용되는 허가∙조건, 관련 행정 책임에 따른 세부 사항, 금융감독국에 대한 보호 요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규제 대상 기관 간 규제 차익거래 위험 최소화 △금융감독국(FinSurv)의 불법 금융 흐름 탐지 △억제∙차단 능력 강화 등이 목표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부문행동감독청(FSCA), 금융정보센터(FICC), 남아공 국세청(SRS) 등 기존 가상자산 활동 감독을 보완하리라는 기대도 표했다.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가 국경 간 거래로 간주되는 시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현지 CASP에서 해외 CASP로 가상자산을 송금하거나 개인 비수탁 지갑으로 이전할 때 국경 간 거래로 간주된다. 이때 자금이 유입∙유출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금융감독국에 보고해야 한다. 단, 현지에서 현지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행위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로서는 개인만 기존 외화 보유 한도 내에서 가상자산을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즉, 해외로 가상자산을 보내려면 반드시 허가받은 CASP를 이용해야 하며, 거래 내역도 금융감독국에 신고해야 한다.
현재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공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접수된 모든 의견을 검토 중이다. 초안 매뉴얼은 모든 공개 의견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의견 제출 마감일은 오는 9월 30일이다.
중앙은행 측은 “(이번 가상자산 매뉴얼 초안은)법정화폐로써 가상자산의 지위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며 “가상자산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 연구∙협의를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가상자산 매뉴얼 초안을 적절히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아공에서는 가상자산이 과거 투기적 성격에서 벗어나 주식∙부동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투자 자산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남아공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이다. 이집트,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 내 주요 경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계의 시각이다. 한∙아프리카재단에 따르면 남아공은 아프리카 전체 가상자산 거래 규모 및 시장 순위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에티오피아, 케냐, 가나가 뒤를 잇는다.
가장 큰 장점은 남아공 국민이 가상자산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남아공 디스커버리은행과 비자가 지난 4월 발표한 ‘스펜드트렌드26’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의 약 13%가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이용 중이며, 국민의 70%는 가상자산을 인지하고 있다. 절반 이상은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 기반 플랫폼 확산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층 사이에서 ‘생애 첫 투자 수단’으로서도 주목받는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남아공 금융기관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 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NIPA)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2018년 ‘프로젝트 코카’(Project Khokha)를 진행했다. 이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으로 은행 간 결제 처리를 위한 개념검증(PoC) 방식이다. 남아공 내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실시간 총액 결제 시스템 ‘사모스’(SAMOS)의 7만 회 정도 되는 전체 일일 처리량을 75분여 만에, 평균적으로 트랜잭션을 완전한 기밀 유지와 100% 결제율을 보이며 2초 이내에 처리했다.
남아공 금융정보센터(FIC)는 2024년 5월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 기관이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 사항을 준수∙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남아공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가 암호화폐 거래를 수행할 때 특정 신원 정보를 전송∙확인하고 문서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아공에서는 높은 송금수수료, 낮은 은행 접근성, 불안정한 법정 통화 등의 대안으로 가상자산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남아공은 대규모 제도권 편입을 주도하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금융부문행위감독청은 금융자문 및 중개서비스법(FAIS)에 따라 2023년 6월 1일부터 CASP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시작했으며, 지난 3월에는 2025/206 회계연도 종료 시점에 총 533건의 CASP 면허 신청을 받았다. 그 중 310건이 승인됐으며, 17건은 거절됐다. 124건의 추가 신청서는 각자의 사업∙운영 모델 적합성에 대해 당국과 협의 후 신청자가 자발적으로 철회했다. 남은 신청서는 아직 심사 중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남아공 가상자산 시장에 주목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현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 진출해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법인화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과거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현지 공공∙인프라 분야로 진출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1세대 블록체인 기업 글로스퍼는 2017년 남아공 국영 여객철도기업(PRASA) 산하 인터사이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철도, 물류, 에너지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추진했다.
같은 해 현대페이와 더블체인, 한국디지털거래소 역시 남아공 아프리카블록체인협회(ABA)과 손잡고 아프리카 통합 가상자산 및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사업 제휴를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공공기관과의 실질적 사업 추진 난항, 자금 및 경영 불안정, 현지 네트워크 의존성 한계 등을 이유로 남아공 가상자산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남아공은 아프리카 초대 무역국 중 한 곳으로 수입∙수출 결제, 송금, 외환비용 절감 등에서 가상자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며 “단순한 신흥 시장이 아닌 디지털 금융 협력과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아공 역시 스테이블코인 규제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논의 중”이라며 “남아공도 혁신을 촉진하면서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않는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양국 모두 ‘혁신과 규제의 균형’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정책 협력의 여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