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여름방학과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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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가 방학을 하였다. 지난해까지는 학교 방학을 하든 말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올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가 있어서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냥 안 것이 아니라 방학을 한 손자가 할아버지 할머니집에 놀러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만 하면 한 열흘 동안 강릉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데려다주었다. 그곳은 산과 바다 등 놀기도 좋아 한번 가면 열흘쯤 있다가 왔다. 나도 아이들로부터 방학인 기간이었다.

대관령 아래에 있는 시골집에 가면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옆에 유난히 경사가 긴 밭둑이 있다. 아주 예전, 산 아래에 산을 일구어 만든 밭이라 곡식을 심는 밭의 면적만큼이나 밭둑의 면적이 넓다. 자동차로든 혹은 걸어서든 그 밭둑을 돌아가노라면 옛날 어른들은 넓은 평지를 놔두고 왜 이렇게 산속 깊은 곳에 터를 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우리 아이들도 할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왜 산속에 집이 있느냐고 물었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마을 제일 낮은 자리에 냇물이 흐르고, 냇물 옆으로 그 물을 끌어대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이 있고, 그보다 위쪽으로 둔덕이 져 물을 끌어댈 수 없는 곳에 밭이 있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밭보다 더 위쪽으로 산 아래에 붙어 있다. 그게 강원도 산간마을의 가옥 형태다. 아마도 장마와 폭우 때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물난리나 한겨울 평지를 휘돌아 부는 바람을 피해 산 밑쪽으로 집을 지은 게 아닌가 싶다.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한지라 밭둑과 산 아레 공터도 논밭처럼 중요하게 활용한다. 거기엔 곡식을 심을 수 없으니까 밭에 그늘을 많이 드리우지 않는 뽕나무 같은 것을 심는다. 뽕나무도 가지를 치지 않고 마음껏 자라게 두면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집 마당가에 선 뽕나무만큼이나 크게 자란다. 그러나 봄가을로 일 년에 두 번 누에를 치는 집 뽕나무들은 그렇게 자랄 수가 없다. 봄가을로 뽕잎도 따고 내년에도 쉽게 뽕잎을 딸 수 있게 너무 높이 자라지 못하게 적당하게 가지를 잘라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넓은 밭둑과 공터에 여름 과일로 자두도 심고 복숭아도 심고 가을 과일로 감나무와 밤나무 등 갖가지 과일나무를 심는다. 집 안팎으로 과일나무를 많이 심으셨던 것은 할아버지였다. 해마다 집 안팎으로 이런저런 과일나무를 많이 심으셨다. 할아버지가 과일나무를 많이 심은 뜻은 뜻밖으로 간단했다. 집안의 아이들이 다른 집 울타리나 마당가에 가서 그 집 과일나무를 부러워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어린 시절 과일 부러움은 하지 않고 자랐다. 일 년 중에 가장 더운 때인 요즘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을 한 마을의 이웃과 또 한 마을에 사는 대소가와 선물처럼 나누어 먹는 것도 할아버지가 즐기시던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런 옛 생각이 나서 나도 오늘 내가 가르침을 받았던 그 시절 선생님 몇 분께 잘 익은 복숭아를 한 박스씩 보내드렸다.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어느 복숭아 농장의 농부님이 잘 가꾸어 수확한 복숭아를 주문하여 보냈다.

그중의 한 분은 내 초등학교 시절 우리 할아버지가 가꾼 여름 과일을 맛보셨던 분이다. 그때는 과일을 포장할 박스라는 게 없어서 커다란 고지박 바가지에 복숭아도 담고 자두도 담고 할아버지께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 일년감(토마토)도 담아 가져다 드렸다.

7월이 다 지나갔는데도 올여름 본격적인 더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일기예보는 그렇다고 해도 다들 저마다 추억 속의 달콤하고도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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