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자발적 안전관리가 최선책
품질관리 강화해 불량품 차단해야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완전 진화에 무려 109시간 40분이 걸렸던 인천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 현장에 있었던 수백 대의 ‘물류 이송 로봇’ 때문이다. 실제로 로봇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을 모두 합치면 대형 전기차 20대 분량에 해당할 정도였다고 한다. 만약 로봇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던 4층과 5층으로 불길이 번졌더라면 피해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끔찍한 화재가 로봇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던 소방당국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화재 현장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밀폐된 구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뜨거운 화재에 노출되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물리적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아파트와 같은 좁은 실내에서 발생하는 화재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 들어있는 액체 전해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명적인 유해 가스에 의한 피해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작은 배터리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에는 배터리 자체에서 시작하는 자연 발화가 훨씬 더 심각하다. 화학적인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을 이용해서 전류를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건전지와 알칼리 전지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전 과정에서 음극(-극)에 모아놓은 리튬 양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해서 양극(+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리튬이온의 이동을 통제하는 얇은 ‘분리막’이 파손되면 리튬이온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내부 합선으로 열폭주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2024년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2025년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가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나 전동 자전거·스쿠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실제로 여러 개의 작은 배터리 셀(cell)을 모아서 하나의 ‘팩(pack)’으로 포장한 것이다. 전기차의 배터리에는 수백 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이 들어있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작은 배터리 셀에서 발생한 열폭주가 밀폐된 다른 배터리 셀로 옮겨가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 폭발이 계속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진압이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통째로 물통에 넣어서 열폭주를 차단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소화기도 무용지물이다. 가정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열이 나고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담요나 이불을 이용해서 욕조에 던져 넣고, 물을 틀어줘야 한다. 인천에서 출발한 티웨이 항공기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도 물통을 이용해서 진압할 수 있었다.
배터리의 안전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2024년 6월 화성의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참사의 원인이었던 리튬금속 배터리에 대해서는 2024년 9월부터 화재예방법의 ‘특수가연물’로 지정해서 소방청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리튬금속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지 공장을 화재안전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했고, 고용량 리튬금속 전지를 보관하는 군용 저장 창고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대한 특별한 안전관리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안전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해주는 홍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투명한 비닐봉지가 보조배터리의 화재를 막아준다는 수준의 억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상식이 중요하다. 분리막 파손을 일으킬 수 있는 압력·충격·열은 금물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은 충전율에 비례한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약간 불편할 수 있겠지만 조금씩 자주 충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에게도 충전율을 30% 이하로 하는 항공화물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품질 규격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싸구려 불량 배터리의 수입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관리에서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각별한 관심이 핵심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조사의 정품을 선택해야 한다. 싸구려는 비지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