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작업에 직접 조치 의무는 없어
법취지 살려 안전 실효성 높아지길

2025년 9월 9일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여러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원청(도급인)과 협력업체(수급인) 노동조합 간 교섭 절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다만,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 활동이 개정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하여 양자가 상충된다는 점이다(▶본지 1월 21일자 칼럼 “폭발력 강한 ‘노란봉투법’에 대비를” 참조).
‘안전 및 보건’의 근로조건에서는 사업장 내의 시설·설비 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이 주로 문제되는 사내도급 관계에서는 그러한 시설·설비를 사실상 원청이 단독으로 지배·관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원청이 자기 소유의 시설·설비를 지배·관리함으로써 근로조건으로서의 안전·보건에 관하여서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논의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제63조 본문).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의무 범위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하고 있다(제63조 단서). 대법원 역시 이에 주목하여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의무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하급심 판결은 위와 같은 도급인의 의무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하였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에 따라 도급인은 사업장 시설과 관련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만,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모든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교육·조치 등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워 그와 같은 의무는 관계수급인만 부담한다고 해석하였다.
최근의 다른 판결은 더 나아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관계수급인의 근로자 포함)에게 인적·물적 시설이나 장비 등이 충분히 안전하고 건강에 위해를 주지 않는 상태를 유지함에 있고, 관계수급인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법이나 방식, 작업 자세나 행동, 근로자들 사이의 역할 배분 등은 관계수급인의 책임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급계약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 및 판례를 통하여도 알 수 있듯이 안전보건관리는 시설·설비 등의 물적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게 근로자의 작업방법 및 숙련도, 작업자세 및 행동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 작업배치(역할 분담), 안전설비 및 보호구의 적정 사용 관리와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도 중요하다. 즉, 작업자의 작업행동이나 방법, 교육 및 역할 분담, 안전설비 및 보호구 사용 등을 규율하는 지침 및 절차 등의 운영과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를 협력업체(수급인)의 영역으로 남겨둔다면, 안전보건의 근로조건이 반드시 물적·환경적 요소를 주관하는 도급인에 의하여 단독으로 지배·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본다.
산업안전보건법이 2019년 1월 15일 전부 개정되면서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않고 도급인에게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여하였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첩적 의무’의 성격으로 인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안전보건을 챙기지 않는 역설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상 도급인의 사용자성 논의로 인하여 도급인과 수급인의 안전보건관리에도 일정 수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