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초지능 혁신에 가린 ‘버블’ 면밀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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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류를 위협했던 석유 자원 고갈의 공포는, 실상 원자력을 유일한 차세대 에너지 대안으로 부각하려는 저의에서 출발했다. 2010년 무렵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이 거대 시장인 중국을 향해 내연기관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신에너지차로의 전환을 에둘러 언급한 것도, 오일 200달러(배럴당)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었다.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면 한정된 석유 자원의 수급 한계가 오히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리도 데이터와 에너지, 자원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가 낳을 인공지능(AI) 산업의 비정상적 팽창을 차분히 봐야 한다.

AI 인프라 투자 폭발적⋯성과는 미지수

인터넷 기술이 막 도입되던 시기에도 통신 사업자들은 수익 극대화를 이유로 종량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시장의 선택은 결국 정액제였고, 그것이 인터넷 보급을 폭발적으로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지금 AI 산업이 고비용의 토큰 가격 구조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당시의 인터넷 종량제를 떠올리게 한다. AI 서비스 역시 가격 문턱을 낮추지 못하면 다른 형태의 시장 파멸을 피하기 어렵다. AI 기술 혁신이 산업 현장에 안착하려면, 역설적으로 토큰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의 딥시크 쇼크는 이른바 프런티어 거대언어모델(LLM)의 화려한 명성 뒤에 놓인 허상을 드러냈다. 딥시크는 무조건적인 거대모델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도, 적절한 범용 LLM 환경에서 추론 최적화 기술과 에이전트 루프를 정밀하게 설계하면 충분히 수준 높은 지능형 AI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런데도 일부 프런티어 랩들은 장밋빛 유토피아, 이를테면 초지능의 약속과 극단적 디스토피아, 이를테면 비대칭 군사 전력 결과로 파이어 세일 가능성을 교묘히 엮어 퍼뜨린다. 범용 LLM보다 프런티어 LLM만이 해답이라는 식으로 대중을 호도한다.

글로벌 자본은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 같은 특정 하드웨어 인프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자본과 에너지 투입에 견주어 AI가 실제 생산성 향상에서 보여준 성과는 아직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서 얻어야 할 반면교사도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덧붙여, AI 인프라 투자가 외려 환경 파괴로 갈 수 있음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만 된다면’을 전제하며 환경 운동가들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이 오리무중 상태라 ‘AI 버블’은 분명히 올 거지만 어떻게 터질지 당최 감이 안 잡힌다.

비용 효율성 등 시장흐름 변화 읽어야

정부가 추진을 검토 중인 미토스급 거대 모델 개발 전략 역시 AI를 주권적으로 채용하자는 소버린 AI의 본질과는 한참 어긋날 우려가 크다. 선택도 집중도 엇나가고 있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모델 크기를 키우는 사전 학습 경쟁에서 실제 서비스 효율을 높이는 추론 최적화와 비용 효율성 확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 흐름은 차세대 AIDC 기술의 진화로 이어지고,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성장도 강하게 견인한다.

문제는 AI 기술 혁신이 오히려 물가 상승과 제품·자원 독점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산업 전반이 거대한 데스 밸리(Death Valley)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리는 위험한 전조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신호들이 우리만의 특수한 함정인지, 조만간 전 세계가 함께 겪을 혹독한 AI 버블의 전조인지 진지하게 따질 문제다. 국가적 대책의 출발점도 그 질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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