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인프라도 인지도도 바닥인 경사로를 동네 음식점, 카페, 약국, 편의점에 설치하자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사로는 언뜻 보면 평범한 철판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설치가 복잡하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경사도나 표면 재질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도로 환경이 까다롭다. 경사로가 행인의 발에 걸리거나 물길을 막아서는 안되는 등 설치 요령도 까다롭다. 4년 동안 중요한 전략 요소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지자체가 되었든 기업 사회공헌이 되었든 최대한 지역에서 많은 재원을 끌어모아야 한다. 둘째, 경사로를 놓으면 가장 편하게 쓸 사람들이 지역 접근성의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경사로는 지역 장애접근성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중 경사로 설치사업을 하는 지자체는 15~20%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역에서는 경사로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건축사나 철공소도 찾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장애 당사자들에게 힘이 실리려면 지역에서 접근가능한 곳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가지고 있거나 지역 의회 등에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거기에 한 가지 퍼즐 조각이 더 필요했다. ‘경사로를 실제로 놓아 볼 재원과 경험’이다. 지역 장애인들은 “여기에 경사로 놔 주세요”, “여기 장애인 화장실 고쳐 주세요” 같은 모니터링을 해 왔다. 그런데 이런 모니터링이 단순 ‘민원’ 범위를 벗어나려면 현장 경사로 설치 경험은 필수다. 2023년 무의가 변호사, 건축사와 한 팀을 이뤄 모두의 1층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경사로 4개를 실제로 놓은 후 성동구에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 제정까지 견인했다. 2024년 서울시와는 40여 개의 맞춤형 경사로 설치 과정에서 경사로 설치의 최고 난제인 경사로 ‘도로점용허가’를 9개나 획득해 전국 최초 사례를 만들었다.
서울에 비해 지자체 재원이나 사회공헌 기금 투여가 열악한 지역 장애인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마중물이 더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했다. 은행권 중심 금융노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이다. 재단의 주요 사회공헌영역 중 하나인 지역상생 가치 덕분에 모두의 1층은 8개 지역에서 80개의 마중물 경사로를 놓고 장애당사자 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 꼭 맞는 경사로 설치 노하우부터 우리 동네 접근성 지도를 만드는 법, 지역 조례 발의 방법까지 무의가 쌓아온 자산을 활동가들에게 전수해 지역 전략가로 만든다. 경사로 설치가 장애인 권리인 동시에 결국 가게 주인에게 유리하다는 점도 이들 전략가들이 명심해야 할 멘트다. “경사로 설치하면 매장 직원들이 제일 좋아해요. 음식재료 카트로 끌고 들어올 때 유용하잖아요. 어떤 분들이 새 손님으로 오는지 아세요? 캐리어 끄는 관광객들요.”
인천에서 만난 중도장애인 활동가는 현장교육을 받다가 이렇게 말했다. “경사로를 놓아 달라고 가게 주인들에게 수십 년 부탁을 했지만 내가 경사로 설치를 해주겠다고 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어요. 뭔가 희망이 보이네요.” 지역 전략가로 거듭날 이 활동가의 말처럼 8개 지역에 접근성의 희망이 싹트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