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관광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이제는 관광객이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고, 더 오래 체류하며, 지역 곳곳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
관광은 마케팅 경쟁을 넘어 ‘수용태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숙박이 있다. 숙박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관광객의 체류기간을 결정하고, 소비 규모를 확대하며, 관광수요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핵심 인프라다. 아무리 우수한 관광 콘텐츠를 보유하더라도 관광객이 머물 공간이 부족하다면 관광산업의 성장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광객 증가 속도에 비해 숙박 인프라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은 이미 만성적인 숙박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관광 성수기나 대형 국제행사 기간이면 객실 확보가 어려워지고 숙박요금은 급등한다. 업계에서는 서울 관광호텔 공급 부족 현상이 최소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관광객이 머물 공간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유숙박은 더 이상 기존 숙박업을 보완하는 주변적 수단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서는 부족한 숙박 공급을 보완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여행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관광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여행은 단체관광에서 개별·체험형 여행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여행객들은 획일적인 숙박시설보다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프라이빗한 숙소를 선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유숙박은 기존 숙박업의 보조적 영역을 넘어 관광수용태세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공유숙박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관광 인프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민박업의 실거주 의무 규정이다. 현행 제도는 운영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과거 ‘주인과 함께 머무는 민박’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오늘날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숙박 형태는 주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민박보다는 독립적이고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소에 가깝다. 공유숙박이 관광객의 다양한 숙박 수요를 충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도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숙박 개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주민동의 요건 역시 재설계가 필요하다. 주민 생활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방식은 사업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주민동의 절차가 실제 주민 불편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음이나 쓰레기 처리 등 대부분의 민원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제도는 등록 단계 규제에 집중할 뿐 사후관리 체계는 미흡하다.
이제 공유숙박 정책의 중심축은 ‘규제’에서 ‘관리’로 이동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책임 있게 운영하느냐다. 주민 보호 역시 사업자의 진입 자체를 막는 방식이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원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숙소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적용하는 방식이 보다 실효적일 수 있다. 주민 보호의 핵심은 사업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숙박업 통합 진흥체계 구축과 도시민박의 내국인 이용 제도화 등을 검토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관광환경에 맞춰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인 규제 개선과 제도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는 관광객이 머물 공간과 다양한 숙박 선택지가 충분히 확보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처럼 숙박 공급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객실 부족과 가격 상승은 반복될 것이며, 그 부담은 결국 관광객과 관광산업 전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유숙박은 이미 여행의 핵심 인프라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급을 억제하는 규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관리체계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 유치 전략이 아니라 관광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숙박 인프라와 탄탄한 관광수용태세다. 공유숙박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관광 인프라의 한 축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