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공급 확대 없이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이견이 없는 것이다. 모처럼 정부와 서울시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시장은 쉽게 안도하지 못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공급 필요성에는 서로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번번이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는 정부가 1만 가구를, 서울시는 6000가구를 주장했다. 세운상가 개발은 문화재 보존 문제로 부딪쳤고, 태릉CC 개발에서는 서울시가 정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각 사안마다 논리는 있었다. 도시 경쟁력도 중요했고, 문화재 보존도 가치 있는 일이었다. 공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 역시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는 순간, 시장은 정책 토론이 아니라 공급 차질을 먼저 떠올린다. 정치가 논쟁을 할 때 시장은 시간을 계산한다. 인허가가 늦어질지, 착공이 밀릴지, 입주가 늦어질지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정치권의 정책 논쟁이 시장에서는 공급 리스크로 번역되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닥공”을 외치며 “중앙정부와 서울이라는 특별한 광역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택 공급은 중앙정부가 혼자 할 수도, 서울시가 혼자 할 수도 없다. 중앙정부는 정책 방향과 제도를 설계하지만 실제 공급은 도시계획과 정비계획,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방정부를 거쳐야 현실이 된다. 반대로 서울시가 공급 의지를 갖고 속도를 내더라도 교통망과 기반시설, 각종 규제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은 다시 늦어진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협력이 공급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 주문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급을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됐다. 청와대 안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공급 확대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있었고, 오 시장 역시 정부가 도시계획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며 공개적으로 맞섰다.
부동산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공급 계획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만으로도 시장은 미래의 공급 부족을 현재 가격에 반영한다. 그래서 공급 정책은 숫자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순간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무너진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질 수는 있다. 공급 규모를 두고 토론할 수도 있고 개발과 보존을 놓고 다른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논쟁이 시장에 ‘공급이 정치에 따라 흔들린다’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공급 계획이 정치적 힘겨루기에 흔들리는 순간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공급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짓겠다고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지어냈는지로 평가받는다. 그 혜택은 정치가 아니라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m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