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때부터 금리인상 깜빡이를 확실히 켠 상태다. 당시 신현송 총재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견조한 성장, 환율·수도권 주택가격·가계부채 리스크 등 금융안정이란 세 가지 측면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이달 물가설명회, 한은 창립기념사,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 등 금통위 이후 공개석상에서도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해 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도 다음번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있는 7월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이란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 고공행진 중이다(원화 약세). 최근 코로나19 충격 후 가장 긴 기간 순매도했던 외국인 코스피 매도세가 계속되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다. 다만, 새롭게 부각된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치 못한 매파(통화긴축) 전환이지 싶다.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향후 정책금리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올해 점도표(dot plot) 전망을 기존 3.4%에서 3.8%로 올렸고, 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도 기존 2.7%에서 3.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특히 연준에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의장도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FOMC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워시의 배신’이라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FOMC가 워시 의장의 첫 데뷔무대였기 때문이다. 연준에 대한 시장 전망도 연내 인하에서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글로벌 IB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워시의 매파적 태도 등을 반영해 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그러잖아도 한은 기준금리는 2.50%로 연준 금리보다 125bp 낮다. 2022년 중반부터 발생한 금리역전이 4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금리 역전은 한때 200bp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이는 개인들의 해외 주식투자 열풍, 일명 서학개미를 촉발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굳이 금융 이론을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이자가 더 높은 곳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서학개미는 지난해말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한 주범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아닌 10년물 채권금리 차이로 봐야 하고, 최근 한미 금리역전이 많이 좁혀졌다는 점에서 이를 원·달러 환율 상승 주범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을 때 통하는 논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한국은 올해 2.6%, 내년 1.9%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같은기간 2.0%, 1.8% 성장에 그친다. 작년만 해도 한국은 0.9%, 미국은 2.1% 성장했었다. 성장률 정상화에 따라 금리차도 정상화해야 정상인 것이고, 그래야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원화 강세)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좋은 반면교사다. BOJ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엔화는 되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BOJ가 추가 인상에 신중론을 편 때문이다. kimnh21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