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이덕환 칼럼] 헛다리 짚는 정치권 ‘녹조라떼 해법’

부영양화에 따른 남조류 번식 심각
4대강 보 해체로는 근본 해결 안돼
지천 수질 관리해 유기물 차단해야

일찍 시작된 폭염으로 4대강의 오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대청호에는 진한 녹조가 발생했고, 소양강 상류에서도 퇴적층이 부패하면서 죽은 붕어 떼가 떠오르고 있다. 낙동강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창원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칠서지점의 조류(藻類) 경보가 ‘관심’ 단계로 올라섰다. 대기 중 오존도 걱정이다. 5월 말까지 전국에서 129회의 오존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7%나 늘어난 것이다.

창원시 수도사업국이 녹조류 증식으로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물론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가 반가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수돗물을 3분 이상 끓이거나, 식초나 레몬즙을 조금 넣어주면 흙냄새가 말끔하게 제거된다. 흙냄새의 원인인 ‘지오스민’의 인체 유해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도국이 걱정하는 ‘흙냄새(petrichor)’는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藍藻類)나 흙 속에 서식하는 방선균(放線菌)과 같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지오스민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 시골 마당에서 나는 익숙한 흙냄새가 바로 지오스민의 냄새다. 실제로 깨끗한 흙에서는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 잉어·붕어와 같은 민물고기나 무·비트와 같은 뿌리채소에서 나는 흙냄새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지오스민의 냄새에 매우 민감하다. 공기 중에 들어있는 지오스민의 농도가 5ppt(1조 분의 1)만 되더라도 냄새를 인식할 수 있다. 마실 물이 부족한 건조 지대에서 지오스민의 흙냄새가 지하수를 찾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12개의 탄소 원자가 2개의 6각형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알코올인 지오스민은 인체에 무해하다. 오히려 지오스민의 ‘흙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지오스민을 넣은 향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수장에서 지오스민을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활성탄을 이용하면 지오스민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지오스민을 확실하게 제거하려면 산화타이타늄과 같은 광(光)촉매나 오존을 이용하는 고도화 설비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녹조에서 배출되는 다른 독소가 오히려 더 걱정이다.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강한 간 독소이고, 역시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가 배출하는 ‘아나톡신’도 강력한 신경독소다. 이래저래 진한 ‘녹조 라떼’가 발생하면 주민들이 긴장하고, 정수장의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남조류(藍藻類)가 지나치게 번성하는 부영양화(富營養化)에 의해서 발생하는 ‘녹조’가 심각한 골칫거리가 됐다. 그런데 녹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논란이 핵심을 완전히 놓쳐버리고 있다. 녹조가 흐르는 물이 아니라 댐이나 보(洑)에 갇혀 있는 물에서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4대강에 설치해 놓은 보를 모두 해체해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4대강의 보에서 심한 녹조 라떼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진짜 이유는 보 상류에 있는 지천(支川)의 수질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농지나 가축 사육장에서 지천을 통해 유입되는 유기물과 질소·인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시화호가 썩어버렸던 것도 지천에서 과도하게 유입된 유기물 때문이었다.

실제로 상수원 수질 관리를 비교적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북한강의 댐에서는 녹조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지천의 수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보 해체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뜻이다.

4대강의 수질 오염만 걱정인 것이 아니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의 오존에 의한 대기 오염도 걱정이다. 미세먼지나 버스·트럭의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 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 중에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같은 탄화수소나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햇빛의 자외선과 반응해서 2차로 만들어지는 오존에 의한 대기 오염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대기 중 오존에 의한 피해도 가볍지 않다. 2019년 오존 오염에 의한 초과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는 분석이 있다. 초미세먼지에 의한 초과 사망자 수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오존에 의한 대기 오염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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