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유주선 칼럼] ‘솔로몬의 지혜’ 필요한 가상자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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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자금 조달 등 자금세탁 문제돼
고객 확인 의무화해 내부통제 강화
신뢰제고·시장활성화 간 조화 난제

마약, 뇌물 등을 포함한 경제범죄는 건전한 사회발전과 금융, 경제 질서유지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중대범죄 행위다. 국내 및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자금의 세탁을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바로 자금세탁방지제도다. 가상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그 유형을 가리지 않고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필요성은 동일하다. 2010년대 들어 가상자산(Virtual Assets)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면서 혁신적 금융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가상자산이 국경을 초월하여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성이 확대되면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하였다.

가상자산 자금이동 문제가 대두되면서 우리나라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제2조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정의 규정을 두는 동시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였다.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한 금융회사는 특금법 제5조의2에 따라 금융회사 등이 고객과 거래 시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고객확인 및 검증, 거래목적 확인 등의 절차인 고객확인의무(CDD: Customer Due Diligence)와 강화된 고객확인의무(EDD: Enhanced Due Diligence)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회사 등이 자금세탁 의심이 있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의심되는 합당한 사유를 적어 보고하는 의심거래보고제도(STR: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특금법 제4조)를 비롯해 고액현금거래보고(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특금법 제4조의2) 등을 이행해야 한다. CTR은 금융회사 등이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 Financial Intelligence Unit)에 보고토록 한 제도로서, 동일 금융회사에서 동일인의 명의로 1거래일 동안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되거나 출금된 경우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일시, 거래금액 등 객관적 사실을 전산으로 자동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특금법은 가상자산의 익명성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일반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FIU에 상호 및 대표자 등을 신고해야 하며,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고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사업자는 고객의 거래 내역을 일정 기간 보존해야 하며, 특금법상 트래블룰(Travel Rule)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의 요청으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인과 수취인의 신원 정보를 의무적으로 파악하고 기록·제공해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해외 사업자나 개인지갑과 거래할 때 적용될 예정이었던 ‘1000만원 이상 이전 거래 시 일률적 의심거래보고(STR)’ 규제 방침을 재조정하였다. 원래 금년 3월 입법 예고된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에는 국내 거래소가 해외 사업자 및 개인 지갑과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이전을 진행할 경우, 위험성 여부와 무관하게 의심거래로 분류해 FIU에 의무 보고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금액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거래소들의 정성적 리스크 판단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관리체계를 각각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요건 중 ‘부채비율 200% 이하’의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업체들을 감안하여 1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한 점, 고위험 의심거래에 대해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까지 검증하도록 했던 ‘강화된 고객확인(EDD)’ 의무 역시 거래소가 특별히 위험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점 등은 입법 예고된 내용보다 규제 강도가 완화되었다.

다만, 가상자산 송수신 시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트래블룰의 적용 대상을 1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미만’의 모든 거래로 늘리기로 한 방안은 원안대로 유지해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로드맵에 따라 비영리법인과 거래소의 현금화 목적 매도를 허용하고자 한 1단계 조치는 시행되었지만, 상장법인과 전문투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가상자산 시장의 양적 확산 및 신뢰도 고양’과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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