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 뚫은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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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1549.1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이후 17년3개월만 최고
역대급 경상흑자도 못 막은 외국인 코스피 매도·중동 리스크, Feat 투기수요
전문가들 “1550원선이 상단이나 중동전쟁 장기화·원유 부족 현실화시 1600원 넘볼 수도”
중동 전쟁 종료돼야 하락 반전 가능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미국이 한국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는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30원을 넘어선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8801.49)보다 162.08포인트(1.84%) 내린 8639.41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전 거래일(1026.03)보다 23.70포인트(2.31%) 상승한 1049.73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16.4)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원화 약세).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15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단기 상단으로는 1550원 안팎을 제시해 일단 현 수준에서 더 오르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한때 전일대비(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19.4원(1.27%) 급등한 1549.1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월10일(장중기준 1561.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154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오후 2시42분 현재 1541.1원). 이같은 추세라면 종가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급등세가 펀더멘털과는 괴리된 흐름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올해 3월(379억3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달러 공급 확대를 통해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K자 성장이라는 양극화 문제가 있지만, 경제 상황은 양호하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달말 한은은 올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려잡기도 했다.

▲6월5일은 오후 2시42분 현재 (체크)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다른 변수에 영향받는 분위기다. 우선,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가 격렬하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3조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오후 2시42분 현재 3조3609억원 순매도). 지난달 7일부터 오늘(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같은기간 순매도규모도 7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코로나19 충격 당시인 2020년 3~4월 중 30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긴 순매도 기록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수급 악화 영향이 가장 크다”며 “외국인들이 지난달부터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한 후 실제 달러를 회수해 나가는 흐름이 최근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5월 무역흑자가 일평균 15억 달러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일평균 21억 달러를 웃돌았다”며 “경상수지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 공급을 자본유출 수요가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 불안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간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며 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고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규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함께 엔화 약세 압력까지 겹치면서 원화에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수급과 유가 상승 등 기존 재료가 있지만 최근 환율 상승 속도는 과도하다”며 “투기적 쏠림 현상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당분간 고공행진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 수준에서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악재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고, 외환당국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규호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당분간 1500원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 유출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엔화 약세 압력 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1550원 안팎이 상단으로 보인다. 1550원대에서는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이나 실개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규연 이코노미스트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쟁이 진정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야 환율도 1400원대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안정적인 CDS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이 사실상 상단에 가깝다”며 “이란 사태가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면 1550원 수준에서 저항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실제 원유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국제유가가 추가 급등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1600원 수준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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