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손실 정도?" 삼성전자 파업 예고에 싸늘해진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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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예고 D-3 "국민 여론 외면하면 고립"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를 사흘 앞두고 노사 막판 교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가운데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권 행사를 둘러싼 국민 여론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삼성전자 노조 사태와 관련해 “이게 잘못하면 삼성도 위기에 설 수 있고 국민 경제도 어려워지고, 국가, 나라 살림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어쨌든 대화와 타협으로 풀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민석 총리가 삼성전자 노조 파업 시 긴급조정을 포함한 대응 수단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긴급조정권 자체가 노조의 파업권에 대한 제한이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어제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협상을 강제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일단 노사가 긴장감을 가지고 오늘 협상에 임하게 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 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가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을 외면하면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작은 노조도 국민들의 응원과 박수를 받으면 협상의 우위에 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법적인 파업 절차를 다 지켰다고 하더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우리 권리니까 무조건 가겠다고 하면 삼성전자 노조는 고립무원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삼성전자가 국민 자부심에서 국민 근심거리로 전락할 수 있고, 삼성전자 노조는 국민 밉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과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진행자가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취지의 글을 언급하자, 그는 “양쪽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노사가 다”라고 말했다. 다만 노동조합이라면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 등 같은 노동자들의 몫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적어도 노동운동이라고 하고 노동조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엄청난 초과 이윤을 가지고 성과급 얘기를 할 때 우리와 같이했던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도 같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라며 “이분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좋은 결과에 마땅한 기여분을 찾아줄 수 있을지 같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보자”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 노조 사례를 들며 반도체 생태계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현대자동차 노조도 내연기관을 없애겠다고 현대자동차가 발표하고 나서, 울산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TF를 구성하기도 하고 하청업체와 같이 갈지 연구하고 연대하는 것을 노조가 먼저 제안해서 끌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이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노조가 먼저 짚고 나왔어야 협상에서 우위에 선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가 자신들을 이익집단으로 본다 해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2년 전에는 망할 것 같다는 회사가 어떤 혁신의 결과로 오늘 이렇게 거대한 호황을 누리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부분의 전문가가 말하기로는 반도체 전체 사이클 호황에 힘입어서 수요를 못 따라가니까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벽돌 공장 신세로 갈 것이냐. AI라는 아파트를 새로 짓는 호황기가 오면 벽돌 많이 팔고, 부동산 시장이 주저앉으면 벽돌 못 팔아서 그렇게 하는 회사로 계속 갈 것이냐”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파업 시 손실을 언급하는 노조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부위원장은 “국민이 놀랐던 것은 ‘파업하게 되면 손실이 얼마쯤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30조쯤 되겠죠’ 이렇게 너무나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노동조합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바로 옆에서는 홈플러스 노조가 당장 월급, 당장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면서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있다”며 국민적 시선의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20대 청년들은 연봉 3000만원, 4000만원, 많아야 5000만원 정도를 가지고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데, 당장 우리는 오늘 초과 이윤에 대해 최대한 많이 챙기겠다고만 나서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면 이게 지속 가능한 삼성전자의 이익집단의 태도냐고 혀를 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과급 요구가 법인세에 미칠 영향도 거론했다. 박 부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예상대로 한 300조 정도의 영업이익이 난다고 하고, 15%를 달라고 하니까 45조 정도를 가져가겠다고 얘기하는데, 세법상으로 보면 법인세를 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그렇게 해서 성과급을 가져가면 비용으로 빠지기 때문에 법인세가 줄어든다”며 “국민의 응원과 동의 없이 계속 자기주장만 하면 삼성전자 노조는 고립무원과 사면초가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성과급 기준과 관련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노조의 영업이익 15% 요구, 회사 측 12% 제안, 제도화 문제를 묻자 박 부위원장은 “이거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없고 당연히 합의로 만들어내야 할 일”이라며 “그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국민적 시선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노조가 출발점을 좀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며 “삼성전자가 늘 업계 1위였고 선두 그룹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우리는 하이닉스를 따라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닉스 따라가기로 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기준점을 세울 것이냐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사회적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기로에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협상하고 투쟁을 잘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적 기준을 세운 게 많다”며 청계피복노조, 원진레이온, 현대자동차 노조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노조가 이번 과정을 통해 본인들도 배우고 어떤 국민적 기준도 세우고 경제적 기준도 세우는 매우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노조들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기준은 두 가지”라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적 정의에 맞느냐,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계속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며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정의에 합당하면 얼마든지 협상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당한 기여를 했고 사회적인 노력을 했으니 그 기여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투명하게 정해 달라는 요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적인 시선에 부합하지 않으면 옳은 주장을 하고도 욕먹기 십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주장만 관철하기 위해 파업도 불사하고 30조 손실쯤은 괜찮다는 식으로 국민 눈에 비치면 삼성전자 노조가 이 과정에서 승리하기도 어렵고, 두고두고 다른 노조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사측의 무노조 경영 기조가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박 부위원장은 “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도 많이 하고 노사 간에 갈등도 많이 보여왔지만, 거기는 협상의 기술이라는 게 있고 서로를 잘 안다”며 “입으로는 초강경인데도 협상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무노조 경영을 앞세웠던 삼성전자에서는 입으로 과격하면 현상으로도 과격하게 나가는, 서로 룰을 만들지 못한 채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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