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당장 큰 혼란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치솟는 유가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데도 맥도날드를 비롯해 버거킹, 타코벨 등 일부 패스트 푸드 체인점들의 1분기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업체들이 저가 메뉴로 저소득층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을 수 있다. 유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통상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설을 뒤집는 현상이어서 경제 분석가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6달러 수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50% 이상 올랐기 때문에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이들 체인점 매출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건 아니다.
고용시장 지표도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지난 달 실업률이 4.3%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신규 일자리도 11만5000개나 늘었다. 이대로 가면 금리를 굳이 조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더 확산되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전쟁은 야누스처럼 늘 두 얼굴을 가지는 법. 전쟁으로 소비자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긴 기업들도 있다. 유럽의 석유기업들이다. 영국의 에너지 대기업 쉘은 지난 1분기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24%나 늘었다. 같은 영국의 BP,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에너지도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새 두 차례의 전쟁이 남긴 가장 큰 화두는 에너지 문제. 가장 절박했던 나라가 유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이란 간 전쟁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절감한 유럽은 히트 펌프,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자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40% 이상 급증했고, 태양광 패널 판매도 50% 이상 늘었다. 가정 난방과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연료도 천연가스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두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자기들이 얼마나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 종속돼 있는지를 자각한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실속을 챙겼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중국은 제트연료, 휘발유, 디젤 등 석유제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그간 원유를 축적하고,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투자를 해 온 신에너지 강국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호주와 베트남은 항공유, 필리핀은 비료 수출 금지를 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중국은 캄보디아, 라오스 등과도 개별 접촉, 고삐를 풀어 줌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켜 석유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게 한 데 반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체에너지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부각된 셈이다.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위기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전략적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중국 언론들의 평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슈퍼 파워의 무게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미 옮겨 간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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