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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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상장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최초로 기업회생에 들어갔다. 사태를 두고 시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말 그랬다. 갑자기 벌어진 사고가 아니었다. 경고음은 이미 여러 차례 울렸다.

올해 1월 제이알글로벌리츠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남짓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는 벨기에 자산 감정평가 지연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해외 오피스 자산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 단기차입은 이어졌고,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했다.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도 신평사들은 ‘A등급’ 리츠로 평가했다. 기업회생 신청과 단기사채 미상환이 현실화된 뒤에야 등급은 BB+, C, D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시장의 위험을 미리 경고해야 할 신용평가 기능이 사실상 사후 추인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만 봐도 위험 신호는 적지 않았다. 환헤지 평가손실은 수백억원 규모였고, 선순위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조건은 해마다 강화되는 구조였다. 캐시트랩(현금집행 유보) 발생 가능성도 이미 계약 구조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시장은 ‘정부기관이 임차한 벨기에 오피스’라는 안정적 이미지에 더 주목했다.

감독기관 역시 무관심했다. 국토교통부는 리츠 인가와 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와 공시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유상증자 철회 이후에도 시장에 추가 경고는 없었다. 캐시트랩 위험이나 환헤지 정산 부담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충분히 전달됐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감독당국은 사태가 터진 뒤 합동점검에 나섰다. 늘 그래왔듯 사후 대응이다.

운용 책임을 맡았던 자산관리회사(AMC)의 모습도 씁쓸하다.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은 유상증자 철회 직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론 등기임원 지위는 유지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고 유동성 위기가 커지던 시점에 대표가 물러난 장면은 많은 투자자에게 불편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리츠 부실이 아니다. 위험은 여러 곳에서 감지됐지만, 책임은 누구에게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평사는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하고, 감독당국은 “사후 점검 중”이라고 말한다. 당사자는 “시장 환경 악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이라고 믿었던 리츠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을 마주하게 됐다.

리츠 시장은 그동안 안정적 배당 상품이라는 이미지로 성장해 왔다. 노후자금인 연금계좌에 적합한 상품처럼 소비됐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환헤지, 차입 구조, 캐시트랩 같은 복잡한 위험이 얽힌 상품을 단순한 ‘안전자산’으로만 소비한 대가는 결국 시장 전체가 치르게 됐다. 위험은 이미 드러나 있었지만, 책임 있게 움직인 곳은 없었다. 왜 아무도 먼저 경고음을 키우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일부터가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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