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시스템 아우르는 리더십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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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한국은행 총재가 새로 취임할 예정이다. 중앙은행 총재 교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방향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변화다. 중앙은행의 기본 임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며 이를 위해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자본 이동은 빨라졌고 부채는 크게 늘었으며 자산시장은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금융의 확산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역할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변화하는 한은 역할, 신임 총재에 기대 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신임 총재에게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행 능력과 더불어 몇 가지 추가적인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관련한 거시금융 관리 역할이다. 최근 금융위기는 자산가격과 부채 문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역시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통화, 금융, 외환정책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운용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 정책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경제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거시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기관으로서 이러한 정책 간 조정과 협력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한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 등 새로운 금융 환경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지급결제시스템은 핵심 기능이며 향후 디지털금융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따라 금융산업과 통화시스템의 구조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금융 질서의 설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는 글로벌 중앙은행 네트워크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 간 협력은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경제의 안정을 가져온 것도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였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평상시에 구축되지 않으면 위기 시에 작동하기 어렵다. 이번 총재 후보자가 국제기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글로벌 정책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력을 넘어 위기 대응 능력과 직결되는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행과 연구 역량의 선택과 집중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경제·금융을 넘어 다양한 사회 이슈까지 연구 범위를 넓혀 왔다. 이러한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중앙은행은 정책 수단과 자원이 제한된 기관이다. 해외 주요 중앙은행들도 결국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계부채, 자산시장,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같은 핵심 과제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 역시 정책과 연구 역량을 경제와 금융 분야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 조정·협력 … 거시경제 전반 살펴야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책임자라는 전통적 역할과 함께 금융시스템 안정과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능력만큼이나 금융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와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정책을 조율하고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정책은 금리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메시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신임 총재가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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