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 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얼마 전부터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가끔 방문 진료를 요청받는 일이 있어서 방문 진료 시범 기관으로 등록하고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방문 진료를 원하시는 분들이 대개 병원을 올 수 없는 고령의 노인들, 말기 암 환자들이어서 환자들의 집은 집주인의 나이와 병력만큼이나 오래되었고, 세월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배어 있었다. 방문한 집에는 오랜 기간 진료실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신다. 몇 개월 전부터 치매가 심해지셨다고 한다.
벽에 걸린 어린 손자의 큼지막한 사진을 바라보자 보호자가 저 아이가 벌써 20대 청년이라 알려준다. 액자는 20여 년을 그 자리에 걸려있었고 그동안 어르신은 늙어 이젠 혼자 힘으로 병원을 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수액을 놓아드리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를 다시 진료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요원했다. 늦은 밤 왕진을 하러 간 의사의 한계를 묘사한 카프카의 단편 ‘시골 의사’가 떠올랐다. 방문 진료는 의료인의 측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다. 환자의 집까지 왔다 가는 시간이며, 혈압계, 혈당계 정도의 최소한의 기구로 진료해야 하는 상황 등. 그러나 의료는 효율성만으로 가치를 따질 것이 아니다. 방문 진료는 돌봄이라는 의료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환자들에게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