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왜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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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찾은 공감과 혁신의 답

▲김기찬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 (출처=본인 제공)
인도네시아 기업인을 위한 한국식 조찬모임이 최초로 시도되고 있다. 배움이 멈추면 꿈도 멈춘다.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과 K-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국기업인 KBS(Korea Business Society) 포럼이 시작되고 있다. 이 포럼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조찬 학습문화를 정착시키고 사람중심 K경영모델을 이식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샌드위치 위기의 타개책, '학습하는 산업 생태계'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체류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한 가지는 현지 기업인들에게 제공되는 학습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자본이나 설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경영진과 구성원의 사고가 얼마나 신속하게 업데이트되며,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가가 지속성장의 핵심 변수이다. 학습 기회가 부족하면 비즈니스모델의 진화도 지체되고, 조직은 기존 관행에 의존하게 된다. 지금 인도네시아의 한국 기업들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전환의 필요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일본기업, 중국기업들과 복합적인 경쟁 구도에 놓여 있다. 일본기업들은 장기간 축적된 카이젠 시스템과 현장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품질과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빠른 실행을 무기로 시장 점유를 확대해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한국 기업은 기술, 가격, 조직운영, 인재관리 전 영역에서 샌드위치에 몰린 형국이다. 지금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차별화된 경쟁 포지셔닝을 위해 경영활동 전반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이다. 조찬포럼은 이러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 한국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조찬포럼이 먼저 주목한 공간은 찌까랑 지역이다. 찌까랑 지역은 한국의 울산과 같은 곳이다. 인도네시아 제조업의 심장부이자, 한국 제조기업이 가장 밀집한 대표적 산업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유니레버, 로레알, 도요타, 혼다 등 수천 개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 이곳에 집적되어 있으며,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이 지역에 생산거점과 사업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찌까랑 지역은 단순한 공업단지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인도네시아 전진기지이며, 한국 산업경쟁력이 현지에서 시험되고 확장되는 전략 거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찌까랑은 단순한 생산 허브를 넘어 인도네시아 제조혁신의 허브가 될 필요가 있다. 생산만 하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학습하고 혁신하며 사람을 키우는 산업 생태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홉스테드 지수로 본 K-경영의 비교 우위

왜 하필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인가? 그 해답은 문화인류학적 분석 도구인 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일본식 경영이 ‘매뉴얼’ 중심의 차가운 통제라면, 한국식 경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뜨거운 공감의 경영이다.

일본식 경영은 프로세스 중심의 운영관리에 강점이 있다. 반면 K-경영은 사람의 마음과 공감, 자발성과 몰입을 중심에 두는 경영방식이다. 매뉴얼은 행동을 규정하지만, 마음은 행동을 자발적으로 유도한다. 매뉴얼은 사람을 통제하지만 공감은 영혼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식 경영은 인도네시아와 주파수가 잘 맞는다. 한국식 K-경영은 특히 인도네시아 문화에 잘 매치될 수 있는 강한 장점이 있다.

“머리로 영업하면 지옥 같은 나라, 가슴으로 영업하면 천당 같은 나라”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환경을 관통하는 이 문장은 홉스테드의 네 가지 지표로 설명된다.

첫째, 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들에게 조직은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니라 ‘가족’에 가깝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논리적 매뉴얼’보다 ‘정서적 소속감’이 우선된다. 그러므로 가슴과 공감에 의한 관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노사관계 자체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둘째, 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인도네시아는 권력 간극이 매우 높다. 이는 상급자에 대한 존중이 강함을 의미하지만, 역설적으로 리더가 ‘자애로운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일 때 충성도가 극대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본식 경영의 매뉴얼이 ‘차가운 통제’로 다가갈 때, 한국식 K-경영의 ‘공감과 배려’는 리더가 구성원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는 리더를 위해 ‘자발적 몰입’을 바친다.

셋째, 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인도네시아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낮아 불확실성에 유연하다. 반면 일본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매우 높아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하며 모든 것을 매뉴얼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일본식의 촘촘한 매뉴얼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에게 ‘숨 막히는 압박’이 될 수 있다. 한국 또한 불확실성 회피지수가 높은 편이지만, 한국 특유의 ‘신바람 문화’와 ‘정’은 규정보다 관계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식 경영은 일본보다 훨씬 유연하게 현지 정서에 파고들 수 있다.

넷째, 홉스테드 문화지수에서 인도네시아는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중시하는 여성성 지향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남성성 지향이라면 한국은 여성성이 비교적 강한 편이다. 홉스테드 모델에서 남성성 지수가 높으면 경쟁, 성취, 물질적 보상을 중시하지만, 지수가 낮을수록 여성성 지향이 강해지며 삶의 질, 타인과의 관계, 겸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한다.

한국은 39점으로 “성공하기 위해 일하는 것”보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관리자들은 ‘합의’를 이끌어내려 노력하며, 평등과 연대, 업무 환경의 질을 중시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95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남성성 지향이 강한 국가 중 하나이다. 극도의 경쟁과 성취, 완벽주의, 그리고 프로세스 최적화를 강조한다. 인도네시아는 46점으로 한국과 유사하게 여성성 지향에 가깝다. 갈등을 피하고 조화와 관계를 중시하는 ‘가슴의 문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K-경영은 성과와 경쟁을 앞세우는 일본식 방식보다, 함께 어울리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한국식 경영과 더 깊이 공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도네시아는 한국식 K-경영이 가장 설득력 있게 작동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경영의 중요한 출발점은 공감이다. 한국 기업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만들어낸 경쟁력은 단지 속도와 근면의 산물만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함께 고생하고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집단적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식 K-경영은 사람을 단순한 기능 단위가 아니라 함께 목표를 이루어가는 존재로 본다. 그 점에서 K-경영은 제도 이전에 관계이고, 관리 이전에 공감이며, 통제 이전에 신뢰이다.

K이니셔티브: 교육이 만든 기적을 공유하다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세계 최빈국에서 교육과 기업가정신만으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이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이제 세계와 공유 가능한 ‘K이니셔티브’라는 성장모델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K이니셔티브는 K-기업가정신이 엔진이 되고, K-문화가 연료가 되며, 그 결과가 한국 밖의 다양한 국가로 확산되고 공유되는 구조를 뜻한다. K이니셔티브는 한국의 발전 경험을 글로벌 적용 가능 모델로 전환하는 글로벌 제창이다.

KBS 포럼이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조찬 모임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심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라면, 조찬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K이니셔티브의 적용과 확장에 매우 적합한 시장이다. 제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고, 젊은 인구 비중이 높으며, 한국 기업과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다. 이 포럼은 K이니셔티브의 시대적 사명을 실천하는 학습공동체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KBS포럼의 시작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한국의 산업화 경험과 경제기적은 단지 경제성장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은 학습과 실행의 결합이 만든 국가 차원의 변화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의 성장과 기업 혁신이 모두 배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한국은 가난했지만 교육을 시작했다. 배움을 통해 산업을 바꾸고, 기업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을 변화시킨 것도 단순한 설비투자나 기술도입만이 아니었다. 리더와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된 교육 기회,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학습,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집단 학습문화가 기업 변화를 이끌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도 CEO를 위한 교육기회이다.

KBS 포럼은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조찬 학습모임의 형식을 취했다. 한국 기업들은 조찬모임을 통해 오랜 기간 미래 트렌드와 경영환경에 대한 이해, 문제해결 역량을 축적해왔다. 조찬은 단지 식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구상하고 전략적 시야를 넓히는 시간이었다. 점심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라면, 조찬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한국 기업문화의 한 축을 이루어 왔다.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코트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도네시아 중소기업 및 벤처협회, 한인기업인협회, 자바베카그룹, 프레지던트대학교 등 다양한 기관과 리더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포럼은 학습 네트워크와 협력 생태계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GM 부평공장의 기적 사례는 K-경영의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한때 생산성과 노사관계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노출했던 부평공장은 한익수 전무의 주관 아래 3년 만에 GM 글로벌 네트워크 내 최우수 공장으로 전환되었다. 이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생산관리 기법의 개선이 아니었다. 현장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리더십, 조직문화 전환, 공감 기반의 실행력, 그리고 학습하는 공장의 체질 변화가 함께 이루어진 결과였다. 당시 GM의 릭 왜고너 회장이 전 세계 임원들에게 이 사례를 학습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 변화가 특정 지역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서도 참고할 만한 경영혁신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경험을 찌까랑에 접목하는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250여 명의 직원을 둔 대인테크 인도네시아 현장에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혁신 모델을 도입하고, 생산성과 조직문화를 함께 개선하는 시도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컨설팅이 아니라 현장 적용형 파일럿 프로젝트이다. 파일럿 프로젝트의 의미는 검증 가능성에 있다. 만약 찌까랑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과 조직몰입 제고, 리더십 개선과 문화 변화가 함께 입증된다면, 이는 다른 한국 기업들로 확산 가능한 레퍼런스 모델이 될 수 있다. 찌까랑은 수많은 한국 제조기업이 집적된 산업거점이므로, 하나의 성공 사례는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 생태계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은 심장 박동으로 움직이는 예술

결국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기능 중심의 운영 효율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AI 전환 시대일수록 오히려 사람의 몰입, 공감, 자발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인도네시아는 사람의 관계와 신뢰가 사업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넷째, 찌까랑은 수백 개 한국 제조기업이 모인 핵심 거점으로서 K-경영의 확산 효과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한국은 이미 학습과 기업가정신을 통해 성장의 기적을 만들어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은 숫자로 기록되지만, 결국 사람의 심장 박동으로 움직이는 예술이다.

KBS 포럼은 그 첫 출발점이다. 찌까랑의 변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학습이 시작되면 조직은 바뀌고, 조직이 바뀌면 산업단지가 바뀌며, 산업단지가 바뀌면 지역의 성장 서사도 새롭게 쓰일 수 있다. K-경영은 바로 그 변화의 구조를 설계하는 하나의 대안이다.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을 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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