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란은 中 서진정책의 핵심 교두보
철지난 ‘안미경중’ 선택지서 지워야

친이란, 친중국, 반미진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명분 없는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무력해지면 세계 평화가 찾아오겠는가.
미국과 이란 전쟁은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으로 받아들여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편입시켰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일원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순진한 기대와 달리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교란자’의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21세기 사회주의 초강대국” 실현의 꿈을 좇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 미·중 관계는 평온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유지를 존중해 “저자세·실리·성장 우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해, ‘중국몽(中國夢)’ 구상이 힘을 받으면서 미·중 간의 갈등은 ‘상수화’됐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특색있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세계 제패 전략이다.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의 이면에는 ‘실크로드를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위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남미와 중동의 거점 국가로 삼았다.
중국은 위안화로 석유 대금을 결제하는 ‘페트로 위안 구축’에 올인했다. 2025년 7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가 승리했지만, 서방세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진핑은 2026년 1월 라틴아메리카 담당 특사 추사오치를 파견해 ‘중국의 변함 없는 지지’를 확인했다. 중국은 2021년 3월 이란과 ‘향후 25년간 4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략적 협정을 체결했다. 이란은 자국민에 발포한 이력이 있는 ‘신정(神政) 국가’이다. 중국은 ‘페트로 위안 구축’을 위해 부정선거와 폭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5일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안전통행을 위해 7개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7개국 중 5개국은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이며, 안전 확보는 구체적으로 군함 파견 등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신(神)의 한 수’는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아 왔고 중국은 이 약점을 이용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배럴당 8~12달러 저렴하게 구입했다. 이란은 중국에 싼 기름과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제공하고, 중국은 이란이 제재를 버틸 수 있도록 ‘기술, 금융, 외교지원’을 제공했다. 그런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중국의 위신과 국가적 체통을 깎아내린 것이다.
중국은 ‘2025년 5월 25일’에 일대일로 전략의 명시적 결실을 맺었다. 중국 시안을 출발한 화물열차가 무려 ‘1만km’를 달려 이란의 아프란 항구에 도착한 게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란은 실크로드의 핵심 중계지였다. 중국과 이란이 연결되면 ‘중국은 이란을 매개’로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네트워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전 세계를 실크로드로 엮을 수 있게 된다. 이란은 중국 ‘서진(西進)정책’의 핵심 연결고리다. 중국이 이란에 집착하는 이유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 ‘중국의 물류거점’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미·이란 전쟁에서 밖으로 드러난 미국의 군사작전 목표는 “이란의 핵무기 영구차단, 미사일 능력파괴, 해군 무력화, 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 세력의 무력화”이다. 하지만 그 깊은 속내는 중국을 주저앉히는 것이다.
트럼프 구상은 “중국의 21세기 실크로드를 주저앉히고, 더 나아가 실크로드를 압도하는 ‘인도 중동 유럽경제회랑(IMEC)’을 만들어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의 본질은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좌파가 견지하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즉 방위비 지출은 미국에 부담시키고 경제 실리는 중국과 챙기겠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이제 선택지에서 지워야 한다. 미국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임승차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의 선택지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에서 택일하는 것이다. 3월 15일 미국의 함정 파견 요청을 묵살한 것은 치명적 실책이다. 최소 일본 정도의 ‘립서비스’를 했어야 맞다. 미국·이란 전쟁은 종전을 향해 간다. 한미 혈맹이 전후 복구과정에서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