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들, 금리동결 속 인상 여지 열어둔 한은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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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변수에 정책 경로 안갯속..성장 하방·물가 상방 ‘샌드위치’
채권시장 박스권 전망, 유가·전쟁 향방에 금리 상단 열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채권시장은 이를 단순한 ‘동결’이 아닌 불확실성 속 정책 유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동 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10일 금통위 이후 7명의 증권사 채권전문가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이번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물가와 성장의 상반된 흐름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중동사태로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은 기존 2.0%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커진 반면, 소비자물가는 기존 2.2% 전망치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정책 대응을 자제하되, 장기화돼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현재는 전쟁 전개 양상이 불확실해 금리 인상이나 인하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채권 전문가들은 이를 ‘신중론 확인’으로 해석했다. 전쟁이 진행형인 상황에서 정책 경로를 제시하기보다는 모든 옵션을 열어둔 채 데이터 확인에 집중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특히 내수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급발 물가 상승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부담도 동시에 있다고 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발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며 “이번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과 함께 인상 논의조차 없었던 전형적인 신중론의 확인”이라고 평가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전쟁이 진행형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 인하를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정책 변경의 허들이 상당히 높아졌고, 당분간은 모든 옵션을 열어둔 채 지켜보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물가 상방 리스크는 분명하지만 공급 충격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데이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결정된 것 없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결국 유가와 전쟁 지속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김명실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면서 2분기 물가가 3%대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금통위 내부에서도 매파적 소수의견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선제적 인상보다는 동결 기조 유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채권시장 역시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월을 기점으로 금리 단기 고점은 확인됐지만 강세 추세 전환보다는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며 “유가가 90~100달러 수준에 머물 경우 금리 상단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민지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금리 인상 경계심이 유지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불가피하다”며 “중동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채권금리는 방향성보다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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