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서산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순천향의대 외래교수

병의원에서 ‘진상 환자’가 늘고 있다는 하소연은 이제 낯설지 않다. 폭언, 과도한 요구, 무리한 진료 요구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흔히 이를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치부하지만, 그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나치게 낮은 진료비이다.
진료비가 낮다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문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국민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서비스의 ‘가치 인식’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람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가치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저렴한 비용은 의료를 ‘전문 서비스’가 아닌 ‘쉽게 이용 가능한 공공재’처럼 여기게 만든다.
이러한 인식은 환자의 기대를 비현실적으로 높인다. 짧은 시간 안에 충분한 설명과 치료 효과를 요구하고, 조금만 불만이 생겨도 강하게 항의한다. 때로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요구까지 당연한 권리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갈등이 반복된다.
가격은 수요를 조절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진료비가 지나치게 낮으면 환자는 의료서비스를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이용하게 된다. 가벼운 증상에도 병원을 찾고, 동일한 문제로 여러 의료기관을 반복 방문하며, 불필요한 검사나 처방을 요구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물론 모든 갈등의 원인을 진료비에서 찾을 수는 없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상호 존중, 성숙한 의료 이용 문화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적정한 보상 체계는 의료 서비스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보다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진상 환자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데 있지 않다. 의료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바로 ‘적정한 진료비 부담’일 것이다.
의료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이 수반되는 사회적 자산이다. 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위해서라도, 그 가치에 걸맞은 평가와 보상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박경신 서산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