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회장/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지배·소액주주 ‘대립’ 접근은 곤란
경영진 자율보장 상생해법 찾아야

현 정부 출범 이후 상법개정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사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중복상장 규제강화 등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배구조 제도개혁의 핵심은 지배주주 견제와 소액주주 보호 강화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였다.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다시 출렁이고 있지만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상승한 코스피지수를 보면 정부가 추진한 지배구조 개혁이 일정 부분 모멘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지배구조 개혁방향이 주가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분석해보자.
첫째, 기업지배구조와 주가 또는 주주가치 간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들은 명확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별로 상관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의 주가성과가 더욱 나쁘게 나오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의 경우 오히려 약한 지배구조 규제하에서 기업 혁신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는 연구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강한 지배구조 규제는 기업을 단기성과주의로 내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둘째,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글로벌 유수기업들 중에도 전통적인 기준으로 볼 때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월드지수(MSCI World Index) 상위 20대 기업 중에서 알파벳(Alphabet), 메타(Meta), 테슬라(Tesla),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등의 기업들은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이사회 운영 등 측면에서 일반적인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분류될 수 없는 기업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투자자들이 과연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투자의사 결정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는지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한다.
셋째, 미국 주식 시장 상장기업수는 1996년의 약 8090개에서 현재 약 4000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대형기업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넷째, 상당수 미국기업들의 법인 등록지인 미국 델라웨어주는 2025년 이사회 및 지배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주주권한의 일부를 제한하는 내용의 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가 지배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델라웨어주는 친기업적 균형회복이 목표라고 말한다.
다섯째, 영국은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하나의 기업지배구조 제도가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고 보고 상당히 유연한 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8개의 기본원칙과 관련 세부지침으로 구성된 지배구조 코드가 있지만 다른 방식을 채택할 수 있으며, 설득력 있게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접근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유연성을 강조한 제도로서 깊이 참고해야 할 사례라 생각된다.
여섯째,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혁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관계를 지나치게 대립적 관계로 접근한다. 지배주주 경영권 강화 추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소액주주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족경영체제 기업은 본질적으로 경영권의 유지 및 승계와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추구하는 반면, 소액주주들은 일반적으로 단기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이런 경우 양자의 간격을 좁혀서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프랑스의 테뉴어 보팅제도처럼 주식의 장기보유자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본질은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과의 네트워크이다. 주주 이외에도 고객, 직원 및 노조, 협력업체, 지역사회 및 환경,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존재한다. 주주가치 중심의 지배구조 혁신은 다른 이해관계자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의 조정과 관리는 기업 최고경영진(지배주주, 이사회, 전문경영자)의 핵심역할이다.
기업 최고경영진은 단순히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다. 기업 최고경영진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의 종합적 코디네이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해관계자 집단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경영진의 자율성과 권한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생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업생태계가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