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이 사실상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HS효성 측이 1년 가까이 가격 협상을 이어왔지만 끝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핵심 현금창출원 매각을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HS효성그룹의 사업 재편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과 HS효성 측은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두고 최근까지 협의를 이어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실사와 가격 조정을 병행했으나, 최근에는 협상이 멈춰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는 HS효성그룹 전체 이익의 40% 안팎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군이다. 2024년 매출 9000억원 이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0억원 안팎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며 매각 초기에는 1조원 안팎, 많게는 1조원대 중반 수준의 몸값도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환율을 반영한 기준으로도 7000억원대 수준이 언급됐고, 실제 투자 판단 상 적정 가격은 5000억원 미만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베인캐피탈이 본입찰에서 9100억원을 제시하며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거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JKL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도 각각 8000억원대 초중반 가격을 써내며 경쟁에 참여했다. 양측은 그해 하반기 내 양해각서(MOU) 체결 방안까지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실적과 업황 변수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은 완성차·타이어 업체와의 B2B 거래 구조상 물량과 판가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민감하게 흔들리는 사업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으로 주요 생산거점인 중국과 베트남 공장의 대미 수출 여건이 불확실해진 점도 실적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대했던 수준의 실적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매수 측이 감내할 수 있는 가격대도 빠르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베인캐피탈은 우협 선정 당시와 비교해 실적과 시장 환경이 달라진 만큼 인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HS효성 측은 핵심 수익원을 기대가격보다 크게 할인해 넘기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차질은 HS효성그룹의 자금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은 대규모 현금을 조기에 확보할 승부처이자, 조현상 부회장이 계열 분리 이후 추진해온 사업 재편의 상징적 거래로 평가돼 왔다.
HS효성 측은 본업인 특수섬유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틸코드 부문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배터리 소재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계획을 세워왔다. 핵심 캐시카우를 팔아 1조원 안팎의 실탄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틀어질 경우, 향후 투자 우선순위 조정이나 추가 자금조달 방안 검토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HS효성첨단소재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검토해온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매각 불발은 향후 투자 재원 마련은 물론 그룹 재무 운영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실적도 뒷걸음질 중이다. HS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782억원)보다 80.0% 급감했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으로는 216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베인캐피탈 외에 다른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1조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원매자 풀이 제한적인 데다, 실제 인수 여력을 갖춘 국내 PEF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HS효성 측이 기존 기대가격 수준을 고수하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이 때문에 HS효성 측이 곧바로 새 원매자를 확보하거나 매각 절차를 다시 밟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실적 부진과 업황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기존 기대가격을 받아줄 후보를 다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HS효성 측이 당분간 해당 사업부를 계속 보유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HS효성 관계자는 "매각 협상과 관련 결정된 바 없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