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美 통상정책 재편에 맞춤형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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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대법원이 제동 건 트럼프 상호관세
대체수단 많아 통상압력 지속 예상
무역법 등 대비 산업협력 강화해야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대법원은 6 대 3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시행된 대규모 상호관세와 마약·이민 관련 관세 조치가 위법으로 판정되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헌법적 권한 문제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조세이기 때문에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논리다. IEEPA가 수입 규제를 허용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관세 부과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판결로 미국 행정부가 긴급권한을 활용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사실상 차단되었다.

그러나 이는 관세정책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법적 수단을 찾는 과정의 시작에 가깝다. 실제로 백악관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글로벌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를 발표하고 이를 15%까지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 등 ‘국제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관세나 수입할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적용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의회의 연장이 필요하다.

이 제도는 원래 달러 위기 등 국제수지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된 장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역적자 문제 해결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 논란이 적지 않다. 이미 미국의 20여 개 주(州)가 “무역적자는 국제수지 위기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새로운 관세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수단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다. 301조는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이전 강요 등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조항이며, 특정 국가나 특정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반면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산업에 관세나 수입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중국 제품 관세나 철강 관세는 이러한 조항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이번 판결의 또 다른 중요한 파장은 관세 환급 문제에서 발생한다.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하면서 이미 납부된 관세에 대한 환급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수입업자들이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으며 환급 규모는 최대 17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미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부는 관세 환급 소송과 행정절차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요 교역국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은 관세 환급 가능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향후 미국이 301조나 232조를 통해 특정 산업을 겨냥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은 관세 환급 청구, 계약 조정, 생산기지 이전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도 단기적으로는 관세 환급과 새로운 관세정책 사이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232조나 301조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122조 관세가 유지될 경우 대부분의 수입품에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 형태가 되어 한국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세 가지 방향에 주력할 팰요가 있다.

첫째, 정부는 미국의 법률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 기업들의 관세 환급 청구와 통상소송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철강·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대해 301조나 232조 조사 가능성을 고려한 사전 외교와 산업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미·중 통상갈등 속에서 공급망 협력과 투자 확대를 통해 통상압력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니라 미국 통상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긴급권한에 의존하던 관세정책이 법적 제약을 받으면서, 앞으로 미국의 통상전략은 보다 다양한 법적 도구와 산업정책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다시 재편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역시 보다 정교한 통상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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