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준준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 낯선 경기장 환경에 더해 부상으로 이탈한 손주영(LG 트윈스)의 공백까지 안고 토너먼트에 나선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약 12시간을 이동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치른 도쿄는 한국과 시차가 없지만, 마이애미는 13시간 차이가 난다. 선수단은 현지 도착 이후 단 이틀 훈련만 진행한 뒤 준준결승전에 나서야 한다.
훈련 환경도 충분하지 않다. 두 차례 팀 훈련 가운데 한 번은 마이애미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떨어진 대학 야구장에서 진행된다. 준준결승이 열리는 론디포파크는 같은 날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의 조별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이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이동 부담이 없다. 두 팀이 속한 D조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장 환경에 충분히 적응한 상태에서 준준결승을 치르게 된다.
전력 변수도 생겼다. 조별리그 호주전 선발로 나섰던 손주영이 팔꿈치 통증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고, 대체 선수로 거론됐던 한국계 메이저리그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합류도 무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류지현 감독은 12일(한국시간) 마이애미 FIU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오브라이언과 합류 여부를 계속 소통했지만 현재 몸 상태로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 지금 국내 선수를 새로 부르기는 어렵다”며 “남은 선수들로 준준결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준준결승이 열리는 론디포파크의 구장 특성도 변수다. 2012년 개장한 이 구장은 개폐식 지붕을 갖춘 인조 잔디 돔구장으로 국내 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다.
MLB 스탯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론디포파크는 홈런보다 2루타와 3루타가 많이 나오는 구장으로 평가된다.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가 깊게 들어가 있어 빠른 타구가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우측 담장이 상대적으로 짧은 비대칭 구조여서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꼽힌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좌타자를 막을 왼손 투수 운용이 중요해졌다. 한국은 류현진(한화 이글스), 손주영, 송승기(LG 트윈스), 김영규(NC 다이노스) 등 4명의 좌완 투수를 구성했지만 손주영이 빠지면서 마운드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류현진은 대표팀 투수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험이 가장 많고 론디포파크 등판 경험도 있다.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인 2020년 이 구장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한국의 8강 상대는 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다. 두 팀 모두 메이저리그 주축 선수들이 포진한 강력한 타선을 갖춘 팀으로 평가된다.
류지현 감독은 단판 토너먼트의 변수를 강조했다. 그는 “장거리 이동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이 밝다”며 “WBC에서는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