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중처법’ 양형기준을 위한 열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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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유발사항 실질적 개선 이루고
자율규제로 재발 가능성 차단해야
‘위험성 평가’ 충실한 정도 판단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올해 1월 개최된 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판결례가 점차 쌓여가면서 법원의 실체적 판단기준이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에 양형 판단은 양형기준의 부재로 인하여 다소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의 제정에 착수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위 회의에 앞서 지난해 12월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집에 따르면, 해당 심포지엄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과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을 의무 내용 중 하나로 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요소로 ‘재발방지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다. 다만, 법원이 실제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재발방지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심리 및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의도 있었다.

양형요소로서의 ‘재발방지조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무로 규정된 것들을 모두 이행하는 수준이어야 하고, 특히 해당 사건에서 재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항에 대하여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재발방지조치’가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되려면, 최소한 위반사항에 대하여 ‘재발방지조치’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적절히 작동하여 같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양형인자로서의 ‘재발방지조치’에서도 실체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 특히 해당 사건에서 문제된 유해·위험요인의 개선에 관한 논의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사업장 외부의 주체가 각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유해·위험요인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심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종전의 사업장 안전관리 규제에서도 계속되어 온 문제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자율 규제’에 의한 안전보건관리의 입법이 진행되었다. 즉, 정부 등 규제기관이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유해·위험요인을 모두 알고 관여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사업(장)에 내재된 유해·위험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업주에게 스스로 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관리·개선하도록 하는 추상적·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타율적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재발방지조치’의 측면에서도 사고 후에 안전보건 경영방침, 인력 배치, 조직 편성, 예산 편성 및 집행, 각종 절차 운영 등이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일일이 파악하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개선조치의 전제가 되는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절차가 개선되었다면 재발 방지의 목표에 상당히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절차가 잘 작동하면 사업주가 스스로 파악한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물적·인적 자원을 재배치하고 제도를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주의 ‘자율 규제’가 반드시 전제로 하는 절차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이고, 그 대표적인 예가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하여,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3호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및 점검’을 이행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위험성평가는 사전준비 → 유해·위험요인 파악 → 위험성 결정 → 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 → 위험성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및 보존의 순서로 실시된다. 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실시되는 업무(작업)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 유해·위험요인이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관리·개선하는 것이 위험성평가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의 인자로서 ‘재발방지조치’를 논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율 규제의 관점에서 사업주가 사고 이전과 달리 위험성평가를 얼마나 충실하게 실시하는지가 될 수 있다. 사고 이후에 위험성평가의 내실화는 실제 중대재해의 재발을 방지하는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개별 사안에서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공통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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