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중교통에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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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

매년 반복되는 시내버스 난폭운전 논란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자체 적자 보전금 소식은 시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시내버스는 명실상부한 ‘시민의 발’이다. 하지만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발은 비대해지는데, 근육은 빠지고 혈세라는 수혈로 간신히 버티는 환자와 같다. 이제는 단순히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모빌리티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준공영제로는 혈세 낭비 막지 못해

현재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민영제, 준공영제, 공영제라는 세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수익성이 핵심인 민영제는 적자 노선 폐지 위험이 크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는 효율성 저하와 막대한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 그 절충안으로 서울과 광역시 등이 채택한 ‘준공영제’는 노선권은 지자체가 갖되 운영은 민간이 하는 ‘수입금 공동 관리형’ 모델이다.

하지만 준공영제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난폭 및 교통법규 미준수는 여전히 목격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기사들의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한 것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준공영제하에서도 ‘표준운송원가’ 산정과 배차 시간 준수 여부가 운수사의 수익 및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로 상황은 매순간 변하는데, 정해진 회차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기사는 금쪽 같은 휴식 시간을 뺏기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결국 기사들은 가속 페달을 밟고 신호를 위반하며 ‘시간과의 전쟁’을 벌인다. 여기에 격일제 근무와 장시간 운전이 더해지니,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민간 버스회사에 매년 수천억 원의 지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시내버스가 가진 ‘공공재적 성격’ 때문이다. 수익성만 따진다면 인구가 적은 외곽 지역이나 벽지 노선은 당장 폐쇄되어야 마땅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또한 버스 이용률이 떨어져 개인 차량이 도로로 쏟아져 나올 때 발생하는 교통 혼잡 비용과 대기 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적자를 보전해 주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옳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옳은 선택이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낡은 운영 방식을 버리고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우선 ‘정시성’ 중심의 평가 지표를 ‘안전과 친절’로 전환할 필요가 한다.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적인 배차 시간을 설정하고, 기사가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아도 수익에 지장이 없는 시스템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승객도 없는 대형 버스가 정해진 노선을 무의미하게 도는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수요응답형교통수단(DRT)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특히 개인택시의 차량 크기를 키워 과거의 ‘합승 택시’ 개념을 현대화한 DRT로 전환하고, 유휴 자원인 전세버스도 이 체계에 편입시킨다면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상생 모델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체계 구축 … 산업육성 꾀하길

결정적으로 자율주행과 원격 운전 시스템의 조기 도입도 필요하다. 버스 업계의 고질적인 운전자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 소멸 지역이나 수익성이 낮은 시골 공영 노선부터 자율주행 버스를 우선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처럼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교통량이 적은 지역이 최적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면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 지방 소멸 방지, 세금 집행의 효율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1타 3피’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지원금만으로 연명하는 지금의 관리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운전자의 피로를 강요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며 세금을 축내는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관행을 깨는 정책적 결단으로 시민의 발이 더 이상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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