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RARE ] VOL. 2
"당신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슈퍼리치들의 골프클럽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이 있다."
부자 중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관의 오픈런 줄에는 그들이 없습니다. 세상의 0.0001%로 살아가는 그들, '천외천'의 삶은 우리의 상식 밖 궤도에서 움직입니다.
로고가 없는 3000만원짜리 코트,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1억원의 침대, 그리고 지도에서 지워진 리조트. 남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과시'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절'을 사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투데이 [THE RARE]는 일반인들은 접하기도 힘든,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견고한 성벽 안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고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지갑을 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최정점에 선 그들의 소비와 취향, 그 속에 숨겨진 부의 트렌드를 들여다 봅니다.
상위 0.0001%가 사는 세상의 문을 열다
VOL. 2 골프클럽

주말 새벽, 잔뜩 안개가 낀 수도권 인근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치열한 전장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골프웨어를 입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기는 젊은 골퍼부터 서둘러 카트에 오르는 중년 비즈니스맨까지 로비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입니다.
특히 주말 황금시간대 부킹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합니다. 어렵사리 비싼 그린피를 지불하고 푸른 잔디 위에 서도 여유를 즐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7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짜인 티오프 시간 탓에 앞뒤 팀의 눈치를 보며 쫓기듯 샷을 날려야 하고, 캐디의 다급한 진행 재촉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힐링을 하러 온 것인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탄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골프
현대 사회에서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꽉 막힌 도심과 아스팔트를 벗어나 탁 트인 초록빛 자연 속에서 4시간 남짓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작은 공을 다루며 느끼는 좌절과 아슬아슬한 정복감은 비즈니스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골프는 타인과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야외 밀실입니다. 동반자와 희로애락을 나누며 코스를 도는 동안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효과적인 친목이자 네트워킹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골프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증했습니다. 실내 활동과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골프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야외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탈출구였습니다. 이 흐름을 타고 2030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는 낡은 비즈니스 접대의 전유물에서 세련된 소셜 화폐로 진화했습니다. 멋진 골프웨어를 차려입고 잔디 위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는 나의 경제적ㆍ시간적 여유를 증명하는 효과적인 방식이 되었습니다.
대한골프협회가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 활동 인구는 624만 명에 달합니다. 이제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골프채를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증가한 수요는 지독한 부킹 전쟁과 비용 상승을 낳았습니다. 예약의 피로도와 치솟는 그린피에 지친 골퍼들은 안정적인 라운드 환경을 보장받기 위해 회원권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는 곧 회원권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죠. 이른바 황제 회원권이라 불리는 수도권 초고가 명문 구장들의 회원권 가격은 20억 원에서 30억 원을 호가하며, 돈을 싸 들고 가도 매물조차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더 높은 성벽을 쌓는 슈퍼리치들
골프의 대중화는 역설적으로 최상위 계층이 더욱 깊고 은밀한 곳으로 도피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대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슈퍼리치들은 자신들의 골프장이 일반인이 감히 넘볼 수 없도록 견고한 성벽을 쌓아 올리고, 기꺼이 스스로 고립된 섬이 되는 것을 택했습니다.
전 세계 상위 0.0001%가 빚어낸 정교하고도 높은 성벽.
과연 그 철옹성 안으로 들어가는 조건과 가격은 얼마일지,
그들만의 드넓은 밀실을 훔쳐봅니다.
CLUB 01 . YELLOWSTONE CLUB
로키산맥에 감춰진 그들만의 자치도시

전설적인 골퍼 톰 와이스코프가 설계하고 미국 몬태나 주의 험준한 로키산맥 속에 요새처럼 숨겨진 '옐로스톤 클럽'은, 골프클럽을 넘어선 억만장자들의 자치 도시에 가깝습니다. 이곳은 충격적인 가입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단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해야 합니다.
클럽 회원들의 총 자산
포브스에 따르면 이 클럽 회원들의 총 자산은 약 400조 원(2900억달러)이 넘는다고 합니다.
(회원: 빌 게이츠ㆍ마크 저커버그ㆍ워런 버핏ㆍ마이크 블룸버그ㆍ에릭 슈미트ㆍ저스틴 팀버레이크ㆍ톰 브래디ㆍ지젤 번천 등)
최소 수십 억 원에서 시작해 7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저택이나 부지를 통째로 매입해야만 비로소 회원 가입 심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집니다. 여기에 5억 원에 달하는 초기 가입비와 매년 청구되는 수천 만 원의 연회비는 거대한 저택의 잔디를 관리하는 비용의 일부처럼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실상 여유롭게 골프채를 잡고 겨울에는 전용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별장을 의무적으로 사야만 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무자비한 경제적 진입 장벽을 가진 철옹성인 셈입니다.
이토록 천문학적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면서까지 그들이 이 깊은 산속으로 도피하듯 숨어드는 이유는 단 하나, 완벽한 통제와 고립입니다. 옐로스톤 클럽의 보안은 전직 미국 비밀경호국 출신 책임자들이 지휘합니다. 산의 진입로부터 철저히 통제되며 자체 소방서와 응급 의료진까지 갖추었기에, 대중의 번잡함은 물론 외부의 재난이나 사회적 혼란에서조차 완벽히 차단된 요새로 기능합니다.
이 폐쇄성 덕분에 회원들은 파파라치의 망원 렌즈나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골프 코스에서 그들은 쫓기듯 샷을 날리지 않습니다. 앞뒤 팀의 눈치를 볼 필요조차 없이, 카트에 앉아 로키산맥의 거대한 절경을 개인 정원처럼 감상할 뿐입니다.
일반적인 프라이빗 클럽이 쾌적한 코스를 공유하는 곳이라면, 옐로스톤 클럽은 자신과 완벽하게 동일한 급의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웃들만을 엄선해 거대한 사유지 안에 모아둔 인공 생태계입니다. 그들은 골프장이라는 이름의 이 사설 왕국에서, 돈으로 대중으로부터의 완벽한 분리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CLUB 02 . CYPRESS POINT
골프를 팔지 않는다, 배제를 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의 아찔한 해안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사이프러스 포인트'는, 이른바 신비주의가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곳에는 가입 신청서라는 서류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계좌에 수조 원이 있든, 세상이 다 아는 유명 인사든 먼저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는 순간 영원히 회원이 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합니다. 오직 철저히 검증된 기존 회원들의 초대가 있어야만 이 견고한 골프장의 입구가 잠시 열릴 뿐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밥 호프는 이곳의 지독한 폐쇄성을 두고 이런 뼈있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사이프러스 포인트에서 대대적인 회원 모집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무려 40명의 기존 회원을 쫓아냈지요." 숫자를 늘리기는커녕 자신들의 결에 맞지 않는 이들을 기꺼이 솎아 내는 데 혈안이 된 그들만의 오만함을 비꼰 일화입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얽힌 일화
대통령 당선 전인 상원의원 시절, 이곳의 악명 높은 15번 홀에서 라운드하던 케네디의 티샷이 홀 컵을 향해 완벽한 궤적으로 날아갔습니다. 동반자들이 홀인원을 예감하며 환호할 때, 정작 케네디 본인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기도했다고 전해집니다. 훗날 그는 대중에게 사이프러스 포인트 같은 극단적인 특권층의 놀이터에서 홀인원을 하며 희희낙락하는 귀족 정치인으로 비치는 것이 선거에 치명적일 것이라 직감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습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는 천재 설계자 앨리스터 맥켄지가 설계했으며, 자신의 진정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누구도 사이프러스 포인트 같은 코스를 다시 지을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세상 어디에도 이처럼 바위 해안과 모래 언덕, 소나무 숲, 사이프러스 나무가 멋지게 어우러진 곳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이곳의 자연 경관을 극찬했습니다.
이곳의 회원들은 티타임 예약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도 없이 자신이 원할 때 텅 빈 코스를 거닙니다. 누구의 시선도, 소음도 허용하지 않은 채 오직 파도 소리와 자신들만의 소리로 채워진 이곳에서 철저한 고립을 즐깁니다.
CLUB 03 . HIRONO GOLF CLUB
돈보다 혈통

일본 효고현 고베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숲에는 과거 봉건 영주의 사유지였던, 일본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골프장이 숨어 있습니다. 1932년 영국인 찰스 알리슨의 설계로 탄생한 '히로노 골프 클럽'은, 자본주의의 논리보다 일본 상류 사회 특유의 핏줄과 전통을 훨씬 더 가혹하게 따져 묻는 곳입니다.
통장에 100억 엔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 회장이라도 법인으로 가입할 수는 없습니다. 철저히 개인 자격으로만 입회를 타진해야 하며, 기존 회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표(블랙볼)를 던지면 가입은 영구히 무산됩니다. 수십 년을 대기자 명단에서 서성여도 그들만의 결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배척당하는, 지독한 순혈주의를 보여줍니다.
히로노의 독특한 복장 규정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복장 규정에 따르면 클럽하우스에 도착할 때는 한여름인 8월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블레이저나 재킷을 착용해야만 입장이 허락됩니다. 재킷 안에 입는 셔츠를 포함해 반드시 카라가 있는 셔츠를 착용해야 하며, 셔츠 자락은 바지 안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게다가 화려한 패턴이나 빨간색 같은 튀는 색상, 심지어 커다란 로고나 자수마저 엄격하게 금지됩니다. 반바지는 무릎 길이여야 하며, 너무 짧은 반바지는 불가합니다. 반바지 착용 시 양말은 흰색 또는 단색이어야 하고, 반드시 종아리 위까지 올려 신어야 합니다. 스니커즈 양말이나 발목 양말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히로노의 진짜 진입 장벽은 회원이 된 이후 마주하는 숨 막히는 규정들입니다. 이곳에서 돈으로 치장한 졸부의 티를 내는 순간, 조용히 퇴장을 요구받습니다.
티오프 전 의무적으로 동반자와 커피를 마시며 예의를 갖춰야 하고, 전반 9홀이 끝나면 하얀 식탁보가 깔린 레스토랑에서 정찬 점심을 먹어야만 후반 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일본 정재계의 은밀한 딜이 바로 이 길고 고요한 점심시간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다 함께 전통 온천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이들이 정해둔 깐깐한 루틴입니다.
이에 더해 이 골프장에서는 그 흔한 컨시드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타수는 정확히 홀아웃해야 하며 규칙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또한 캐디나 직원에게 서비스에 대한 팁을 건네는 행위도 철저히 금지됩니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의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사교적 의식에 가깝습니다. 100년 된 고송 사이를 걷는 동안 귀족 같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곳. 이곳에서 골프란 가벼운 놀이가 아니라, 완벽하게 통제된 규율에 기꺼이 순응할 수 있는 자들만이 누리는 고도의 정신적 수행이자 특권 계급의 확인 의식으로도 보입니다.
CLUB 04 . SHANQIN BAY GOLF CLUB
대륙 권력가들의 아지트

중국 하이난섬 보아오 인근 해안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산친베이 골프 클럽'은 대륙의 최상위 부호들과 권력자들이 숨어드는 가장 은밀한 아지트입니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자 빌 쿠어와 벤 크렌쇼가 빚어낸 이곳은,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의 절경을 자랑하며 한때 중국 골프장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린 중국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산친베이의 ‘황제 서비스’
4인 팀으로 라운딩을 나가면 5명의 전담 캐디가 따라붙어, 클럽 선택과 퍼팅 라인을 읽어주는 것은 물론 매 샷마다 얼음 수건과 코코넛 워터를 대령하고 뙤약볕을 가려줄 우산까지 씌워주는 최고급 의전이 뒤따릅니다.
20억 원에 가까운 가입비와 약 4000만 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회원이 될 수 있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회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총 회원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으나 몇십명 단위의 매우 적은 회원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곳이 진정으로 특별했던 이유는 코스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닙니다. 이곳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인물은 중국의 거대 국영기업 중신그룹(CITIC)의 전 회장 왕쥔이었습니다. 그는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 8인 중 한 명인 왕전의 아들로, 이른바 태자당(혁명 원로의 자녀들로 구성된 막강한 정치, 경제 파벌)의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즉, 산친베이는 단순한 부자들의 골프장이 아닙니다. 중국 핵심 권력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확인하고 은밀한 결속을 다지던 성역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이 아름다운 골프장에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서슬 퍼런 칼날이 이 철옹성마저 덮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산친베이 골프 클럽의 시그니처 홀이자 바다를 끼고 도는 17번 홀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돌연 해안 방풍림 조성이라는 생태 보호 명목을 내세워 수백 그루의 소나무 묘목을 심으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왜 하필 태자당의 아지트, 그것도 가장 상징적이고 아름다운 17번 홀의 한가운데였을까요.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태자당 수뇌부의 오만함을 정면으로 타격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혁명 원로의 핏줄이든, 수백억원의 자산가든, 국가의 최고 권력 앞에서는 너희들의 가장 은밀하고 화려한 놀이터조차 단숨에 짓밟힐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던 셈입니다.
회원들과 클럽 측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싶었을 테지만, 절대적인 국가 권력 앞에서는 그 어떤 자본의 방패도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던 이 페어웨이는 하루아침에 묘목들이 박힌 거대한 나무 감옥으로 변해버렸고, 시그니처 홀은 사실상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산친베이는 골프장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극소수 권력자들만의 은밀하고 완벽한 아지트로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그들만의 밀실이 어떻게 단 한 순간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EPILOGUE
'급'을 증명한다는 착각

지금까지 살펴본 네 곳의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이들은 골프를 팔지 않습니다. 배제를 팝니다.
옐로스톤은 부동산으로, 사이프러스 포인트는 침묵으로, 히로노는 혈통과 규율로, 산친베이는 권력의 결속으로... 방식은 달라도 목적은 같습니다. 당신이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것.
이들 골프장의 회원들처럼 '급'이 맞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교류하며 남들과 우리 집단을 분리하려는 욕망은 인류의 아주 오래된 본능입니다. 고대 귀족들의 살롱부터 현대의 프라이빗 클럽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구별 짓고 '선택받은 소수'라는 장벽을 세우며 만족해 왔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를 문화자본이라 불렀습니다. 어떤 공간을 점유하느냐가 곧 계급을 증명한다는 논리입니다. 수십 억 원짜리 회원권은 그 가장 노골적인 형태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골프의 대중화가 이 성벽을 허문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이 쌓는 연료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골프채를 잡는 시대, 슈퍼리치들은 더 깊은 산속으로, 더 외딴 절벽 위로 도피했습니다.
그리고 산친베이의 17번 홀이 보여주듯, 그 견고해 보이는 성벽도 단 하나의 변수 앞에서는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자본보다 강한 권력, 혹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성벽을 쌓는 자들이 끝내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가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숲 속으로 공이 날아갈 때 다 같이 배를 잡고 웃어주는 사람들, 실수를 연발해도 진심 어린 격려를 건네며 4시간의 고단한 산책을 기꺼이 함께해 주는 동반자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며 걷는 그 행위 자체가 골프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일 것입니다.
남을 배제하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성벽은 결국 자기 자신마저도 '급'이라는 허상의 감옥 안에 가두고 맙니다. 선택 받은 소수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벗어던질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어 ‘진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높은 성벽 안의 인공 낙원보다, 이따금 실수가 튀어나와도 친구와 함께 웃어 넘길 수 있는 집 앞의 골프 연습장이 훨씬 멋진 공간 아닐까요.
© ETODAY.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