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격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최근 코스피 하락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차익 실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최근 증시 급락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많이 오른 게 있고 그게 제일 큰 것 같다”며 “차익 실현이 들어온 부분에 중동발 리스크가 큰 빌미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코스피는 미국의 이란 공격 여파 속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코스피 종가는 5093으로 전일 대비 12.06% 떨어졌으며 이틀간 낙폭은 18%를 넘었다.
허 교수는 최근 상승 속도가 가팔랐던 점을 강조하며 “어제 종가 기준으로 보면 2월 6일 종가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이틀간 18% 넘게 빠졌는데도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보면 최근 얼마나 빠르게 올랐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시장 하락을 키운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2월 13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외국인들이 계속 팔았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최근 많이 올랐던 종목에서 매도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증시 상승을 거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거품이라는 건 펀더멘털과 이격돼 오른 경우를 말하는데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고 기업 순이익 전망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며 “펀더멘털은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지만 상승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미국 시장이 오른 배경을 보면 전쟁 종식 가능성에 대한 접촉 소식과 걸프만 선박 보호 조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증시 방향을 가를 변수로 미국 시장 흐름을 꼽았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허 교수는 “최근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3단계 목표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3단계가 오히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산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반도체는 부피가 크지 않고 발열 문제도 없어 운송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쟁이 길어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미국 AI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있다”고 추측했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서는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를 경계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나친 레버리지는 삼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했다.
대형주 중심의 투자 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식은 오를 때는 큰 종목 위주로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잡주까지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너무 비싸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못 샀던 투자자라면 빠질 때 모아 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지목했다. “외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환율이 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교수는 “유가가 빠르게 오르다가 최근 상승 폭이 둔화됐다”며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비용 부담으로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까지 커지면 이중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물가와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100달러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물가는 약 1.1% 오르고 GDP 성장률은 0.3%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며 “한 달 이상 막히면 3차 오일쇼크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도 정유업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한국 주식이 오래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며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 흐름이 이동하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었는데 여기에 충격이 오면 그런 믿음에 생채기가 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시장 반응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허 교수는 “지금은 외생 변수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을 하는 분들을 믿고 너무 과민 반응을 자제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