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대종의 경제진단] 징벌적 세금 대신 부동산 공급 늘려야

기사 듣기
00:00 / 00:00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용적률 상향해 고밀도 개발 허용
세종시 국회 이전 로드맵 구체화
외국인 투기 규제도 적극 나서야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시한을 오는 5월 9일로 못 박으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이 지나면 양도세 중과 20%를 포함해 다주택자는 최대 82%라는 경이적인 세율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세금을 통한 가격 억제는 언제나 실패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26차례나 쏟아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100% 가까이 폭등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시장의 순리인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고 규제와 세금이라는 회칙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첫째, 시장 경제에 기반한 파격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

아파트 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결정된다. 미국 연방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시장 경제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공급 주체인 건설업자들이 마음껏 집을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도한 공공 기여 요구가 공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재건축 시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 아파트로 기부채납하거나, 재개발 물량의 15%를 강제 배정하는 규제는 민간의 공급 의지를 꺾는 요소다.

이제는 규제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하여 도심 내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건설업자가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빠르게 물량을 쏟아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선의 복지다.

건설업은 매출 10억 원당 약 12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의 모세혈관이다. 현재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청년 취업률이 44%까지 추락한 배경에는 건설 및 유통업의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는 단순히 집값을 잡는 것을 넘어 우리 경제의 고용 엔진을 다시 돌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둘째, 공급 탄력성이 낮은 주택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아파트는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부지 선정부터 입주까지 보통 5년에서 10년, 재건축은 평균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즉, 공급 탄력성이 매우 낮은 상품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 ‘공급이 끊기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를 꾸준히 보내야 한다. 최근 발표된 6만 호 공급 대책처럼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미국이 뉴욕(경제·문화)과 워싱턴(정치)을 분리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룬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종시로 국회 이전을 구체화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만 해놓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서울의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권력과 행정의 중심을 세종으로 과감히 옮기는 ‘공간의 혁신’이야말로 수요 분산을 통한 부동산 안정의 가장 강력한 대책이 될 것이다.

셋째, 외국인 투기 세력에 대한 차별적 조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국인들이 징벌적 세금과 대출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외국인들은 서울 요지의 알짜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다. 캐나다,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들은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대해 취득세를 중과하고,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매년 5%에 달하는 보유세를 부과하여 투기 자본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보유세를 한국인과 철저히 차별화해야 한다.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시세 차익만을 노리는 외국인들의 ‘부동산 쇼핑’을 막지 못하면, 우리 국민들의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미국, 베트남, 인도로 공장을 옮기며 유출이 FDI 유입의 2~5배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마저 외국인 투기 세력에게 내어준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결론은 규제에서 혁신으로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 세금으로 국민을 압박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도세 중과는 거래 절벽을 불러오고 이는 곧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이 아니라 ‘독려’다. 용적률 500% 확대,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완전 이전, 공기업 지방이전, 그리고 외국인 투기 규제라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든다. 주택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업자들이 신나게 집을 짓고,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청년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승부수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