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숙원’ BDC, 상품 매력도 높여야[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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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열리지만 돈이 바로 들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의 말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묻어 있었다. 다음 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제도적으로 출범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신중하다. 금융투자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상장형 모험자본 투자기구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지만 흥행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겉으로는 다음 달부터 상품 출시가 가능하지만 실제 시장에 첫 상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인가 절차와 상품 설계, 투자자 모집 등을 감안하면 수개월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초기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최근 코스피가 6200선을 넘어서며 강세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큰 비상장 투자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상장 주도주 매매 대신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BDC에 자금이 유입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리스크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BDC는 정부 재정을 후순위로 투입해 손실 일부를 흡수하는 국민성장펀드와 달리 투자 손실을 투자자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다. 위험은 더 크지만 세제 혜택은 오히려 제한적이라는 점도 비교된다. 국민성장펀드는 배당소득 9% 분리과세에 더해 최대 40% 소득공제까지 가능하지만, BDC는 9% 분리과세만 적용된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유인책은 상대적으로 약한 셈이다.

세제 구조 자체가 BDC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 내 자본차익 실현이 어렵다. 초기에는 배당보다 성장 투자에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분리과세 혜택의 체감도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BDC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시중 유동성을 모험자본으로 유도해 벤처·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자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제도가 안착하려면 출범 전 설계부터 촘촘해야 한다.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BDC는 고액자산가와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국민성장펀드는 일반 투자자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야 자금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제도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시장이 움직이려면 투자자 설득과 제도 완성도가 뒤따라야 한다. BDC가 ‘숙원’에 머물지, 새로운 모험자본 시장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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