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가스 터빈 '싹쓸이'...2030년까지 인도 물량 품절 사태

“AI는 코딩이 아닌 전기의 전쟁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강조한 이 문구는 현재 글로벌 테크 시장이 마주한 전력 수급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초거대 AI 모델의 고도화로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는 AI 경쟁력을 좌우할 전력 인프라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가스터빈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원전과 SMR에 대해 실효성 면에서 유보적인 평가를 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대형 원전은 설계부터 가동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당장 1~2년 내 폭증할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시차가 너무 크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SMR 또한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사례가 없고 인허가 및 안전성 검증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길어 단기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가스터빈은 수십 년간 기술적 검증을 마친 발전원으로, 제작 및 건설 기간이 3년 내외에 불과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적 배경으로 인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전력 회사들은 가스터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가스 발전소의 ‘착공 전 용량’은 2025년 초 대비 420% 폭발한 159GW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가스 발전 준비 용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메타(Meta)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전력망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신규 주문 시 대기 기간이 10년에 육박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최근 가스터빈 발전소에 투자하며 낸 킬로와트(kW)당 단가는 3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에너지원은 현재로써 천연가스가 유일하다고 분석했으며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가스터빈 주기기의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 AI 시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으로 건설 단가가 3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블랙스톤 등 글로벌 자본의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가스터빈의 실질적인 수익성과 필요성이 입증된 결과다.
세계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개발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와 핵심 부품사인 삼미금속 등 국내 밸류체인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향후 수소 전소 기술을 통해 빅테크의 무탄소 요구까지 충족할 경우, 가스터빈은 AI 전력 경쟁에서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