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신상, 과연 '비공개'일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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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지만 비공개가 아닌 비공개. 강북 모텔 연쇄 살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 모 씨. 그의 신상은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사실상 확산된 상태입니다. 과연 이번 사건의 신상은 과연 ‘비공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9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경찰 “잔혹성 요건 충족 보기 어려워”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남성 2명에게 약물을 탄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 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사건의 충격과 파장을 고려하면 신상 공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지만,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죠.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건데요. 현재로써는 신상 공개 재검토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 수단의 잔혹성 △중대한 피해 발생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법은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자동 공개를 의무화하지는 않습니다. 심의위원회는 경찰 소속 위원과 교수·변호사 등 민간위원을 포함해 구성되며,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죠.

‘결과’와 ‘수단’ 사이의 간극

사망자 2명이라는 결과는 분명 중대합니다. 그러나 신상 공개 판단은 결과뿐 아니라 ‘범행 수단의 잔혹성’이라는 요소를 함께 보는데요. 흉기 난자나 공개적 폭행처럼 물리적 폭력성이 강한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약물을 음료에 섞어 투여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죠.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인 사건에서 신상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잔혹성’과 ‘공익’이라는 개념이 정량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자동 공개되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제도 설계의 한계가 드러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추상적인 법률과 직관적인 국민 법감정 사이. 이 간극이 매번 논쟁을 부르고 있죠.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9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고의성 입증에 집중한 수사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 즉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피의자는 “재우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죠. 고의성 판단은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20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첫 사건 이후 음주 후 약물 복용 시 사망 가능성을 검색한 정황이 확인됐다면,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두 번째 사건에서 약물 용량을 늘린 점은 고의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죠.

그는 이번 사건을 두고 “통제형 또는 쾌락형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범행 주기가 짧아지는 양상은 연쇄 범죄의 전형적 특징과도 닮았다”고 분석했는데요. 다만 이러한 분석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입증돼야 할 사안입니다.

이미 퍼진 이름과 얼굴

경찰의 비공개 결정과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과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이 무분별하게 확산됐는데요. 일부 게시물에는 모자이크 없는 얼굴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겼고, 해당 계정의 팔로워 수는 급증했죠.

댓글창에는 외모 평가, 범죄 미화, 피해자 조롱까지 뒤섞였습니다. 신상 공개 여부 논쟁과 무관하게 또 다른 2차 가해가 발생하는 양상이죠. 비공개’는 법적 의미에서는 유지되고 있지만, 사회적 공간에서는 이미 다른 현실이 형성된 셈인데요. 이미 여론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9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비공개인가, 사실상 공개인가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공개 여부가 아닙니다. 법은 신상 공개를 예외로 규정해 두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 판단이 내려지는 사이, 사회가 그 공백을 스스로 메우려 한다는 점이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재유통되고, 댓글은 평가를 넘어 조롱과 미화로 번집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족, 심지어 무관한 제3자까지 또 다른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요.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은 ‘공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공개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제도는 여전히 절차 안에 있지만, 여론은 이미 절차 밖에서 움직이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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